대단한 나라

by 시인 화가 김낙필


지나가는 차를 하나 둘 셋 세기 시작한다

열대 오십 대 백대 천대 ᆢ

퇴근 시간이라 금세 백대 이백 대가 훌쩍 지나간다

환율이 계속 오르고 기름 값이 치솟아도 자동차의 수는 줄지 않는다

죽니사니해도 자가용은 필수다


나는 가난해서 차를 끌 수 없다

그래서 오로지 뚜벅이에 의존한다

내 발의 주행거리는 하루 늘 만보가 넘어간다

고마운 보행 수단이다


나라의 곳간이 거덜 나고

무역수지가 악화돼도 승용차는 줄어들지 않는다

품위 유지에 한몫하기 때문이다

차가 없으면 장가도 못 간다


한때 리터당 육백 원 하던 때도 있었고

리터당 천이백 원이 넘어가면 나라 망한다고 했다

그 선이 한참 넘어갔는데도 차는 변함없이 잘 굴러다닌다

망하지도 않았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도

자동차를 세워둘 곳이 없을 정도로 차가 많다

그래도 망하지 않고 잘들 산다

대단한 나라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도

차는 잘 굴러다니는 나라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