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슬픔

by 시인 화가 김낙필


마른버짐이 번지는 시기를 용케 지나왔다

뭔가를 기대하기는 늦은 나이지만 넋놓고 살수도 없는 나이

生을 되돌아볼 나이 즈음엔

나날이 적요하다

계절의 아름다움도 심드렁해지고 종착역 대합실 식은 난로처럼 무참해 진다

한때 무쏘처럼 단단했던 강단도 슬그머니 빠져나가 버렸다

섬같은 나날

낡은 전마선 닳고닳은 노처럼

물길따라 흘러간다

반짝이는 물비늘처럼 한때

빛난적이 있었는지

투쟁과 생존의 윤리조차도 망각한 젊음날의 초상을

돌아본다

실존은 도대체 무엇을 겨낭 했는지를 자문한다

이성이란 커텐을 치고

나른한 슬픔

그래서 지금은 쓸쓸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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