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하루

by 시인 화가 김낙필


하루가 저무는 저녁

빌딩너머 창밖은 해거름으로 살짝 선홍기가 남아있다

어둠을 밝히는 불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초승달이 선명해지고 있다

이때가 가장 평온하다

그래서 커피 맛도 좋다


잔설을 밝으면 비스킷 깨지는 소리처럼 들린다

음식점 앞으로 과하게 뿌려놓은 염화칼슘 가루들이 아스팔트 길을 흰색으로 갈아 치웠다

공짜라고 너무 많이도 뿌려놨다

녹지 않고 얼어서 밟으면 빠드득거린다

온몸에 소름을 끼친다


환율이 오르고

기름값이 오르고

자영업은 줄 폐업이다

거리마다 '임대 문의' 쪽지 투성이다

국가 신용도는 꼴찌 수준이다

이혜훈이 불법 분양받은 반포 재건축 아파트 값이 시가 80억 이란다

권력 있는 자들의 재산은 끝없이 쌓이는데

살아내는 서민들이 용하다


나는 1500원짜리 컴포스 커피를 마신다

메가커피, 빽다방 커피는 원두값 인상에 못 견디고 가격을 올렸지만

컴포즈만 가격 고수로 버티고 있다

매장이 집 앞 근처라 이용하기 편해서 다행이다


이번 주 내내 춥더니 다음 주도 계속 춥단다

직장인들 출퇴근이 힘들겠다

두둑이 챙겨 입고 보온에 신경 써야겠다

삶도 추운데 몸마저 추우면 슬프다

봄날은 언제쯤 올까

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