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배신

by 시인 화가 김낙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갔다

나에게서는 아무런 미래도 희망도 보지 못했나 보다

사랑이 밥 먹여주지는 않는다

배가 고프지 않아야 사랑도 한다

재력과 능력과 안정된 삶을 찾아 떠나간 이를 탓할 수는 없다

나름 현명한 선택이다


직업도 없고, 모아둔 재산도 집도 없다

그때그때 알바를 하며 산다

자가용도 물론 없다

뚜벅이 신세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중년이 됐다


십 년이 되도록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고 사랑해 주던 그 사람이 결국 내 곁을 떠나갔다

미래를 보장해 주는 곳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얼마 후 결혼 청첩 메시지가 왔다

나는 못 간다, 창피해서

축하도 못 해준다, 내가 정말 못나고 싫어서


너의 배반을 축하한다

비열한 세상에서 너는

현명했고 영리했다고 말해주마

나는 그 후로 그렇게 캥거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