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by 시인 화가 김낙필


봄비가 내린 후 꽃샘추위다

꽃들이 춥다


사과 꽃이 필 무렵에도 비가 온다

어느 해 안동 고택을 내려와 사과 꽃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날도 비가 왔다

꽃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꽤 오래 썼다

그 사진에서 나는 꽃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봄비는 가슴을 적신다

오래전 떠나간 기억을 소환하고

마음에 간직한 그리움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그렇게 코끝을 찡하게도 한다

사랑을 추억하게 하는 비다


이은하가 노래하는 '봄비'는 슬프다

'쿠싱증후군'으로 몸이 비대해져

예전 성량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무대에 서는 그녀의 열정은 대단하다

봄비의 다른 주인공 박인수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누구나 다 그렇게 봄비처럼 떠나가는 거다


오늘 내리는 봄비는 어둡고 고즈녘하다

세상이 번거롭고 시끄러워도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허물어진 잔해 위로도

봄비는 내린다


비 내리는 창밖을 보니 울컥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꽃은 피고 지고

봄비가 외롭고 쓸쓸하게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