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15. 2022

바 람 의   집





나는

저 산등성이를 넘는 바람

깃털 구름을 밀고

저어새를 멀리 날게 하고

미루나무 끝 때까치 집에 선풍기가 되는

그런 바람


밤마다 홀로 별을 헤고

펑펑 울어도 괜찮은 무심한 밤

마음은 깊은 바다에 두고

높은 하늘에 집을 짓는 바람


절벽을 오르다

풍란초를 만나면 거기 잠깐 머물고

사시사철 은비늘처럼 퍼덕이다

스러지는 바람


내 가슴 한켠 방 하나가 비었습니다

임대료 없이 들어와 살 사람 찾습니다

바람처럼 집 지켜줄 사람

무자비하게 채여본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삼 박사일 꼬박 울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시를 좋아하고 비를 좋아하고 호박전을

잘 부치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돈 꿔달라면 딱 부러지게 거절 못하는 어리숙한 사람  

이리저리 다 뜯기고 뼈만 항상하게 남은 사람

그래도 신발까지 벗어주는 멍청한 사람

시집  한 권이면 하루 종일 잘 노는 사람

앓아도 약도 안 먹는 사람

이런 사람 찾습니다


갱기도 괴천시 바람로 하늬바람 아파트 13동 9802호

네비에는 안 나오는 주소니 남태령 넘어 물어물어 오시길

오실 땐 노란 장미 한 송이 사 오시고

눈보라도 데려 오시고

비바람도 같이 오시고

계단 없는 집 98층, 마법의 콩나무를 타고 올라오시길


남태령을 넘을 땐 호랑이 조심하시고

물안개 너머 아득한 과수원길 지나

두런두런 할매들 팔각정을 지나

바람들이 모여 사는 곳

하늬바람 아파트로.....

매거진의 이전글 비    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