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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14. 2022

비    가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 비가 내립니다

비에서 타버린 숲의 애절한 냄새가 납니다

솔잎, 갈참나무 잎, 단풍나무잎, 개똥나무잎, 참나무 잎 향기가 납니다

사람의 욕망이 자연을 무참하게 훼손시킵니다


모두 죗값을 치러야지요

사막으로 변한 불모지의 땅에서 미래 인간들은 살게 될 겁니다

태고의 울창한 숲을 추억하면서


봄비가 내립니다

진한 숲의 냄새를 오랜만에 맡아봅니다

창문 밖에 숲이 있어서 이런 호사를 누립니다

오늘 밤은 창을 열어놓고 자야겠어요

비 냄새를 맡으며 자려합니다


비 내리던 정류장이나

동물원 옆 미술관이나

박물관 앞 거울 호수에도

비가 내립니다

오늘도 누군가가 외로워 울고 있는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 비가 이토록 서러울 리가 있겠습니까


동해 산들을 다 태우고 나서야 비가 내립니다

참 짖꿎은 장난입니다

지친 불자동차가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불을 지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사람이 제일 나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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