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by 시인 화가 김낙필

"觀淫" 2015 강남미술대전 특선작(유화)



거미집


공氏가 사는 아파트는 방이 세개다

안방은 마누라가 쓰고

문앞 사랑방은 장가 못간 40세 노총각

맏아들이 산다

가장인 공氏는 뒷방 두평반짜리 골방에 산다

25평 집등기는 마누라 앞으로 되어있고

공氏는 법적 권리없는 꼽싸리 더부사리를 하고있는 셈이다

당장이라도 나가라면 쫒겨날 판이다

그림도구와 서적, 옷가지, 신변품들을 쌓아놓고

있다보니 싱글 침대위에도 동서남북네 네 귀퉁이로 살림살이가 가득이다

그러자니 누워서 두팔 한번 활짝 펼수없는

공간이 가장 공氏의 거처가 됐다

그나마 다행인건 침대맡 창문을 열면 얕은 동산이 코앞에 있어

메타쉐콰이어와 자귀나무,개나리,진달래,

산목련 나무가 손이 닿을듯 지척이다

가끔 먼산에서 꾸륵꾸륵 산비둘기 울음 소리도 듣기가 그만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풍경을 코앞에 놔두고

즐길수있는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되고 보상이라

할수 있겠다

봄비 오고 장마 지고 낙엽 물들고 눈 내리고

이 사계절 바깥 풍경은 늘 끝내준다

마누라라는 인간은 바깥일이 늘 공사다망 하셔서 살림은 딴전이다

전혀 손도 대지 않는다

30년간 대청소 한일이 없어서

거실이나 방 천장구석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다

말그대로 폐가, 거미집 수준이다

공氏는 초가 산간이라도 좋으니 네활개를 활짝펴고 들어 누울수 있는

방하나 갖는게 소원이다

하지만 독종 마누라 그늘에서 쫒겨나지않고

붙어살수 있는 것만으로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성질 건드려 눈밖에 나기라도 하면 바로

퇴출이다

공氏는 인생 역전이 아니라 기지개를 펼수있는 공간

확보를 꿈꾸며 매주 로또를 두장씩 사온지 어언

10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오천원짜리 3번, 천원짜리 7번 맞은게 결과의 성적표 이다

팔순전에 아니 죽기전 까지도 다른 이변은 안 일어날든 싶다

공氏는 밤마다 천장에 세계지도도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도 그린다

아프리카, 남태평양 군도도 그린다

남지나해도 그리고 63층 팬트하우스 구조도 그린다

퀸싸이즈 넓은 침대에서 이리둥굴 저리둥굴

굴러다니는 꿈도 꾼다

늙어 꼬부라져 요양원 4인실쯤 들어가면

그때쯤 이 골방을 벗어나 넓은방을 쓸수 있을께다

좁아터진 두평반 싱글 침대에서 잠이들면 나름

드넓은 지구별 여행을 시작한다

어떤때는 지구밖 별나라 우주로도 진출한다

꿈꾸는 일이야 죄가 안되겠지

늙은남자 공氏는 평생 직장다니며 벌어 애들 가르치고 결혼시켜

제금내 분가시키고 집도사고 자동차도 사는데 공헌했다

하지만 어느날 명예 퇴직후 경제력이 다 했다

아파트 명의도 마누라가 안달복달해서 넘겨줘 버렸다

공氏는 매일밤 거미집 골방에서 원대한 꿈을 꾸지만

깨어나면 쓸모없는 부랄 두쪽만 댕그라니 남아있는

현실 뿐이다

공氏는 요즘 곱게 죽을 준비에 골몰한다

약값에 경조사비에 품위유지비 조차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 이다

연금도 퇴직당시 일시불로 타서 딸년 시집 보내는데

다 써버려서 땡전한푼 나올데가 없다

달랑 집하나 그것도 두평 골방 신세에 쫒겨나면

나 앉을데도 없는 형편이다

잘난 마누라는 그동안 모아논 현금에 국민연금에

빵빵하니 안돌아 다니는데가 없이 호시절을 구가

하는 중이다

공氏만 거미집 골방에서 거미줄이나 치고 멀거니 누워있다

창문을 여니 어느틈에 눈처럼 흰 목련이 활짝 피었다

공氏는 희망이 없다


내일은 죽기전에 긴 마대자루로 삼십년된 방 천장 거미줄이나 걷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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