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가을을 사겠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여자는 색이 있어야 멋지다
색은 없고 일상이 전부인 여자는 그저 그렇다

옷자락을 물고 가는 바람 사이로 가을이 지고
격정의 밤은 아니더라도
따듯한 온기가 필요한 시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어떤 문양을 그린다
몽환적인 벽화는 짐승들의 성경처럼 위대하고
가을의 시린 문틈으로 홍시 단내가 비릿하다
열락의 문은 자물쇠가 단단하고

다만 살짝 풀어진 옷깃 사이로 온기가 새어 나온다

색을 입은 여자는 단풍처럼 달다
색을 잃은 여자는 쓰다
혼자 맞는 새벽은 서리 맞은 홍시와 같으니
당신의 가을을 내가 사겠다

새벽 창문을 열면
아직은 가깝지 않은 그대의 입술 사이로

흰 무서리가 성글게 피어나리니
나는 들판으로 나가 그대의 새벽을 영접하리라

그리고

그대의 가을을 사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