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포 동 부 르 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던 시절이 있었다

앙상한 겨울 가지에 파르르 떠는 단풍잎 한 장에도 가슴 먹먹해지는 시절도 온다
창가에 부서지는 빗줄기에 가슴 저미고
주말연속극 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눈시울 적시는 그런 때가 온다

사람은 세월이 흐르면 심지(心志)가 약해지기 마련
그래서 서운한 것도 많아지고
스스로 제 우물에 갇혀서 관종(關種)이 된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감도 뚝 떨어진다
울기도 한다

낙엽 밟으며 걷는 오늘이 문뜩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오래 산 까닭이다
저 단풍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그 끝은 하늘
그 하늘 끝은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
오늘은 첫눈 온다는 소설인데
겨울비가 내렸다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한다는 절기 '小雪'

파르르 떠는 잎새처럼
까르르 웃던 시절을 회상한다
'용동' 마루턱 '풍미당' 단팥죽, 동인천 '별'다방, '로젠 켈라', '쌍 우물집',
'신신옥' 튀김우동 집은 아직도
건재 하신지
그 집 딸 언년이는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가 손을 내밀어도 선뜻 잡지 못하는 나이에는 흑백 회상만 남아있다
고바우 당구장에서 구두 맡기고 내기 당구 치던 광국이는 오래전 저세상 사람이 됐다
늘 눈에 밟혔던 막역지우(莫逆之友)
장발에 통기타를 메고 다니던 그가 끼니를 해결하러 부자나라 미쿡으로 떠나던 시절
이 땅에는 점심을 거르는 가난한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추억한다
사랑한다 그 시절을

흑백영화 필름처럼 회상한다
용동 마루터기를 넘어가면
저 아래 신포동이 보이고
'태양' 다방이 보인다

키네마 극장을 지나면 길 건너 홍보관 옆으로 광국이네 집이 보인다


#지명이나 상호는 모두 인천 소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