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내가 왜 여기와 있을까

사방을 둘러봐도 낯선

이방의 땅 외딴곳 같다

기억 잃은 사람처럼 한 동안을

멍하니 서 있다

낯가림처럼 이 생경함이 도대체 무엇일까


내 동네에 왜 딴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을까

나는 왜 길을 잃었을까

양자강, 연길 냉면 간판이 들어서 있는 골목길을 걸어간다

식료품점 가판대에 동남아에서 온 농익어 벌어진 두리안 냄새가 진동한다

여기는 분명 이방의 변두리가 분명하다


낯선 눈빛, 낯선 얼굴들

낯선 거리를 걸어간다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려놓고

이젤 위에 캔버스를 얹는다

나이프로 오일을 마구 덫 칠한다

추상화 한 점이 탄생했다

자화상을 닮았다

낯선 집, 낯선 방


성주 참외 단내가 올라온다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

초 여름의 화실

초로의 그림쟁이가 앉아 있다

잘린 고흐의 꾸부정한 모습으로

긴 칼로 수박을 절단한다

가나안의 젖줄처럼 풍요로운 체즙이 흐른다

비와 풍요의 신 바알의 은혜로운 선물이다


긴긴밤 쫓기는 꿈을 꾸고 일어나 긴 호흡을 한다

아, 한바탕 혼쭐을 나고 나니 이승이다

그리고 그 낯선 거리는 사라졌다

여기는 아직도 남의 동네 한 복판

헬로, 사와디 캅,

크림트와 쉴레,

살라 마리 쿰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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