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서울역을 지날 때
문뜩 외롭다
수많은 차량 후미등이 아우성치며
불야성을 이뤄도 외딴섬처럼 고독하다
남영동을 지나 용사의 집을 스칠 때면
설국 15사단 신병교육대와
비에 젖은 그믐밤 38 연대 휴전선 철책이 생각나서 우울하다
눈보라 치던 산모퉁이에서 손 흔들며
눈물 뿌리던 두고 온 전우도 그립다
동작대교를 지날 때면 오른편으로 동작동 국군묘지가 잔솔 가지처럼 눈에 밟히고
남태령을 넘을 때 비로소 온유의 가닥을 잡는다
군상 속에서 늘 외로운 까닭은
지극히 어눌한 인간이기 때문일 테고
번민하고 방랑하는 까닭은 턱없이 모자란 그릇의 영혼 탓이다
지금 버스 안 오디오에서는 때마침 감미로운
'크리스 디버그'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인생이란 게 어차피 고독한 여행 같은 거니까
그 길 위에서 우울하고 울적한 것은 당연하다
아침이면 그도 저도 잊고
언제 그랬냔듯 배시시 웃을 거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