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년 의 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사랑하며 살았네

밤은 길지 않고 짧았네

세상의 밤길이란 길은 다 다녔네


무서리 내리던 밤

긴 장마 끝 밤

소래 포구의 밤

찔레꽃 넝쿨진 밤

한계령 폭설에 갇힌 밤

청풍명월 벚꽃 날리던 밤

대공원 낙엽진 벤치의 밤

만취에 쓸어진 남한강변 밤

보름도 빗속에 떠내려가던 밤

창경원 밤꽃 흐드러지던 밤

문경새재 달 밝던 밤

매봉 오르며 진달래 꺾던 밤

울며 넘던 박달재 막걸리에 취한 밤

마케도니아를 정복하러 애기봉 가던 밤

허수아비 옷자락 펄럭이던 동검도의 밤


울다웃다 하던 7년의 밤

먼 이국의 땅에서 손 잡고 걷던

무명의 밤

고성에서 떨어지던 별을 줍던 밤

반딧불이가 환상이던 밤

별무리 쏟아지던 고원의 밤

독수리 공원도

박쥐 공원도

원숭이 공원도 밤이었네


물 항아리 계곡에 천상을 못 올라간 선녀가 살았는데

그 집 술맛은 몽유도원이었네

불쑥 떠오르는 7년의 밤은 억울하지 않았네

바람처럼 흘러가버린 세월

더 사랑하지 못해서

더 웃지 못해서

더 울지 못해서 아쉬운

밤의 역사


그렇게 많은 밤들이 지나가고

아침이면

결국 혼자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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