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福

by 시인 화가 김낙필





오랜만에

라디오를 켜 놓고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며

한가로이 책 한 권 잡았다


흔들리며 사는 것이

사람 살이지만

어느 날 한 번쯤은 날 부여잡고

나의 공간, 나의 시공을 방어한다


나도 어쩌다 시에 꽂혀서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산다

그가 내게 전해준 섭리는

가장 낮게 흐르라는 다짐

뭐 그런 잔잔한 울림이다


작은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는 글은

물결처럼 온화하다

치유의 약을 주고

위로의 속삭임은 위대하다

외롭던 시간

나를 사랑해준 단 하나의 언약

글쓰기였음을


고독은 큰 벽을 쌓는다

그 벽에 뿌리를 박고 싹을 틔워서 슬픔의 잎을

꽃으로 피우는 것이 시의 힘이다

슬픔은 슬픔으로 보내고

분노를 사랑으로 변화하는

치유의 강가에 서 있다


라디오에서는 선종의 노래가 흐르고

오늘은 어쩌다 채널이 불교 방송에 닿아 있다

부처님의 말씀이 들어온다

'분노를 분노로 되 갚는 것은

분노를 일으킨 것보다 더 나쁘다'는


낮게 낮게 포복하듯

흘러가는 것이

나의 남은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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