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을

by 시인 화가 김낙필





아바나의 밤이 그리운 사람이 있다

눈물만큼 아름다웠던 밤거리와 석양과 클래식한 올드카의 추억

세월이 지나 늙은이가 된 여자는 그 밤을 늘 안고 살아서 행복했다

농부같이 순수했던 남자와의 밀회가 평생 삶의 향기가 될 줄은 몰랐다


요양원의 하루는 혈압 체크부터 시작한다

요양사는 내 잔뇨 처리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씻기고 식당으로 간다

내 휠체어는 나의 발이므로 늘 상생한다

식사를 한 후 베란다에 나가 햇볕을 받으며 그림을 그린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섬들 사이로 고깃배들이 떠 있다


웃기지 않는가

이 풍경 앞에서

사십 년 전 다녀온 아바나의 밤 풍경을 그린다니

남은 생도 그 밤과 함께하길 기원한다

농부 같은 남자와 걷던 그 거리를 걸으면서


여기는 태안반도 끝자락

아바나와 정 반대의 마을에서 닮은 노을을 본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

'오마라'의 '검은 눈물'을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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