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by 시인 화가 김낙필




오래되면 모두 떠나 버리고

혼자 남는다

빈 집이 된다

세월은 비우라 비우라 하지만

비울 것조차 없다


내 병사들은 어디로 갔는가

신하들은 어디에 있는가

집은 오래된 감옥처럼 되어 버렸다

성은 이미 텅텅 비어 버렸다

영주의 아내여, 그대는 어디로 가 버렸는가

개미들만 바쁘게 문설주를 넘나 든다


낯 설고 먼 그대들이여

왜 나를 홀로 두는가

바다가 보고 싶다

파도가 보고 싶다

나를 신두리 해변 모래톱으로 데려가다오

거기 조개 캐던 모닥불 자리에

눕고 싶


떠난 지 오래됐다

집도 혼자 나도 혼자

그리움 조차 혼자다

빈집은 태초의 고향이니

돌아가야 할 자리

그대와 나의 별이 진 자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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