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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바 람 이 분 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Oct 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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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나무들이 제 팔다리들을 흔들고
가끔 저문 잎들도 떨군다
어디서 온 바람인지 심하게 흔들어놓고 저 먼 산기슭으로
줄행랑을 친다
바람 부
는 날엔
사람들도
길 위에서 흔들린다
서로를
부둥켜안은 바람들이
바다를 만나러 우르르 동쪽으로 몰려간다
사람들도 누군가를 만나러 총총히 집을 나선다
바람 부
는 날에도 연애를 해도 좋겠다
파도가 바람을 만나 너울을 낳는다
방파제 너머로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선술집에서는 고래잡이 어부들이 모여 '럼'주를 마시며 다소 허풍 섞인 무용담을
풀어놓는다
바람이 뱃전을 휘감고 포구는
폭우에 침몰한다
해변 모텔 창밖으로 하얀 너울이 몰려온다
갈매기가 추락하고
바람나기 좋은 날
바람피우
기 좋은 날
나무와 사람과 파도와 고래와 포구와 럼주가 한 몸이 되어서
연애해도 좋은 날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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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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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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