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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들을 위한 우울

by 시인 화가 김낙필





우울증 증세는

말수가 줄어들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 귀찮아진다는 것

내가 요즘 그렇다


혼자 있다 보면

세상엔 나 혼자 남은 듯싶을 때도 있고

세상이 마치 멈춘 듯 착각하기도 한다

그동안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말들을 쏟아 냈는가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과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

그렇게 남아 있었다


사실 우울은 귀향이며

내 의미를 찾는 내 안의 싸움이다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자존 영역이다


건강 설문지에 '죽고 싶은 때도 있다'에 동그라미 쳤더니

우울증 초기 진단이 떨어졌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첨언이 붙여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운신의 폭도 줄어들고 좋아하는 여행도 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치료 대상이라니 더 우울하다

크게 웃을 일도 없으니 당연히

사는 맛도 없다


우울이 내게 면벽 수행을 가르치지만

나는 매일매일 글로 나마 우울을 떠들고 말한다

수없이 많은 것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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