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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국 의 뜰

by 시인 화가 김낙필




창밖 계절이 절묘하다

제 몸을 불살라 떨군 살점들이

누워있다

누가 저처럼 처절하게 제 살점들을 태워

갈기마다 허기를 채우는가


천국에 이르는 길은 멀지 않다

문밖을 나서면 천국의 계단 밑으로 무서리 내리고

너의 육신들이 바람에 날려

내 뜰을 장식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기함하며 망연히 서 있다

울 힘조차 없다

저기 저 길가로 540 버스가 낙엽을 밟고 지나간다

성당 종탑이 팔을 벌리고

꼭대기에 비둘기 한 마리 쉬어간다


사람들이 종종걸음 치는 저녁

해거름 낮은 서쪽 하늘로 백로 한 마리 낮게 날고

추려한 노숙의 밤이 온다

낙엽 깔고 단풍 덮고 지샐 견고한 천국의 뜰이여


십팔 촉 빛이면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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