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고독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나는 끝내 나를 이기지 못했다

존재의 이유를 몰랐고

삶의 가치도 몰랐다


다만 보이는 길을 걸었을 뿐

샛길이나 미지의 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낮은 곳으로 물길 따라 흘렀으며 높은 곳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천지간의 學理를 외면하고 무식하게 살았으니

이룬 공적이 하나 없다


백 년이 살 같이 지나서

인간의 도리조차 깨닫지 못하고

이제 無明의 아침을 맞는다


저 서릿발 성성한 들깨밭을 보라

묵묵히 이어온 천년의 役事는

만리의 성보다 견고하지 않은가


나의 백 년은 길고도 짧아서

다만 온전했으나

天理를 몰라서 고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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