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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 明

by 시인 화가 김낙필





요절한 아낙처럼

티를 내고 떨구는 잎새들을

단풍이라 한다


세상이 물드는 날에

사람들 가슴도 함께 물들어 고운 빛깔이 되면 좋으련만

온통 숯 검댕이다


바보 멍청이처럼

이 계절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그저 살기가 급급하다


저물어 가는 벤치에는

노인들이 해거름을 한다

마치 풍경 속 낙엽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마지막 색깔을 내듯

물든 감나무 이파리가 붉다

익은 감은 추락해 파편이 되는데


종아리가 시리다

곧 서리가 내리려나 보다

까치가 울더니

하나 남은 홍시가 반쪽이 됐다


그렇게 흔들리다 무너진 사랑탑처럼

추락하는 것들은 날개가 없다

파문처럼 부서지는 것이다


그렇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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