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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 새

by 시인 화가 김낙필





안산(鞍山)에 가면 귀가 큰 여자가 있다

새처럼 지저귀고

도도새처럼 도도한 여자가 있다


지금은 멸종된 새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던 새

날개가 필요 없던 새

사백 오십 년 전에 사라진 새


새 닮은 여자

귀가 만지고 싶어서

안산에 간다

그 여자의 사라진 귀를 만지러

간다


끝없이 사랑하지 않으면 불안한 남자가 도도새를 만나러 간다

사랑받지도 못하면서

늘 사랑에 빠져 사는 남자가

귀 큰 여자 귀를 만지러 간다


안산에 가면 메타쉐콰이어 숲길이 있다

그 숲길에 도도새도 살고

귀 큰 여자도 있다

그 귀를 만지고 싶어서 간다


귀 큰 여자는 인자하고 풍요로워 보여서 좋다

부처님 닮아서 좋다

도도새도 좋다


우리는

소중한 것부터 사랑해야 한다

소중한 것은 먼저 떠나 버리기 일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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