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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온도는 0도 입니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진호 흥식이 경일이 덕식이 기능이 재환이 영민이 순자 옥희 경옥이 미희 덕승이 순덕이

어릴 적 산 동네 친구들 이름이다


동네를 다시 찾아갔을 때는 이미 아파트가 꽉 들어차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수도국산 꼭대기엔 달동네 박물관이 홀연히 남아있어

옛 추억을 말해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시절 빨간 칼국수가 생각났다

빨간 칼국수란 송송 썬 김장 김치에 고추장 약간 풀어 멸치육수로 끓여낸 홍두깨 손 칼국수를 말한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옛날 엄마표 음식이다


뒤뜰 담장으로 달큼한 아카시아 꽃이며

코를 찌르는 찔레꽃 향기

다알리아, 노랑 빨강 칸나,

백일홍, 분꽃, 맨드라미, 봉선화, 채송화가 집집마다 집안 화단에 피어나던

수도국산 산 동네는 정겨웠다


지금은 모든 것이 사라지고 흔적조차도 남아있지 않아서

내 유년 시절의 추억도

마음의 온도처럼 싸늘히 식어 버렸다


가슴이 식으면 몸의 온도도 떨어져 어는데

길거리에 나 앉아 적선이라도 하려면 가로등 하나, 집 앞 모퉁이 골목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 텐데


문명의 이기는 추억마저 다 가져가 버리고

남은 건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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