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밑

by 시인 화가 김낙필





성탄이 지나니 곧 세밑이 코앞이다

한 해가 이리 무심히 흘러가고 만다

새해에는 그렇다고 별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그렇게 흘러가고 마는 것이다


봄여름 가을 겨울이 순환되고

꽃이 피고 지고

바람 불고 비 오고

낙엽 지고 눈 오고 하면

한 해가 속절없이 가는 것이다

자연의 섭리가 인간의 생을 이끌어 가는 것처럼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했다

그렇다


눈도 어둡고

몸도 여기저기 신통치 않고

정신마저 산란하니

세밑에 만 가지 상념뿐이다

낙엽 지듯 사람도 지는 것이니

마른 가지에 파르르 떠는 시공이 곧 生이다

적막강산, 사위가 고요하니 세상이 멈춘 듯하다


북풍한설 맹 추위로 나라가 얼어붙었고

개미들은 오늘도 일터로 간다

개미처럼 일해야 사는 인간들은 오늘도 지옥 전동차를 탄다

마스크를 쓰고 이 출구 저 출구로 뿔뿔이 흩어져 사라진다

신도림역 계단은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生의 병목 지점

전쟁터 다


세밑으로 정치판은 요란하고

정치꾼들은 여기저기 줄 서기 바쁘다

도둑놈들의 나라

도둑놈들만 바쁘다

도둑놈들의 나라에 백성들의 피곤한 하루 해가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