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는 마을과 나무 이름이었네
나는 이 책에 관한 여러 서평과 소개글을 보며, 왜인지 청소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표지 탓일지도.
그래서 학생들과 같이 보려고 구입해 먼저 보았는데, 목적에는 맞지 않았다. 물론 등장인물 중에 청소년이 있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이 세상을, 풍파를, 상처를, 사랑을, 기쁨을 맛본 이들이다.
청소년 소설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예상치 못하게 웃기는 부분도 많았다. 나도 모르게 크크하고 웃으며, '이 작가님 웃음 코드가 좋네'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님 의도가 맞나? 하는 의문도 있다. 작가님과 대화할 기회는 없겠지만 궁금하기는 하다.
그래서 그럴까? 중심인물들이 엄청 개성 넘치고 매럭적인데도, 나는 조연들이 더 맘에 들었다. 내 취향 저격!
버스가 1600번이면 기사도 1600번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기사님.
마을의 모든 사정을 나름 꿰뚫고 계시지만 입에는 항상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진심을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아끼는 이장님.
세상 풍파 다이기고 한 세상 독고다이로 살아가는 닭장집 할머니.
그리고 구수한 사투리로 날카로운 현실 비판과 끊임없는 칭찬으로 열매의 자존감을 채워주시는 할아버지.
나는 이 인물들에게 폭빠져 읽었다.
도시에 올라와 성우라는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지만, 인생 베프에게 돈 뜯기고 성우로서의 자신감도 다 잃어 삶의 생기를 잃어버린 열매는.
배신한 고수미의 고향 완평으로 간다.
거기 완주 마을. 상처와 슬픔과 사연이 있는 곳.
그리고 외계인으로 의심되는 최초의 인간이라 말하는 어저귀를 만난다.
수미의 엄마, 양미, 배우 정애리 등 모두 상처가 있다.
그리고 결국 열매는 화재로 완주나무가 불타 돌이킬 수 없게 되어 서울로 온다. 수미 같지 않은 수미를 만나 엄마를 챙기라고 충고한다.
보려고 마음먹었던 오디션도 도전한다.
버스에서 조는데 할아버지가 꿈에 나오시고, 그리운 누군가가 열매를 깨우며 끝이 난다.
그 손길이 어저귀이길 바라 본다.
세련되고 아련한 문장도
구수하고 착착 붙는 문장도 너무 자연스럽고 맛깔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