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1958-2011

한주 다이어리. 한주에 두편.

by 노비츸키

전 정말 행운이 많은 친구입니다. 스코어나 타이핑하지 대체 뭔소리냐 하실테지만 전 정말 그랬습니다. 그 전까지 어느 이성분과도 이야기를 많이 이어가지는 못했거든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딱 두시간 동안 그냥 공놀이만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은 없을까. 영화관보다 뮤지컬보다 경기장을 더 많이 가는 친구는 없을까. 치맥에 노가리까며 경기 토론하면서 저녁을 보낼 수 없을까.


한방에 해결해준 친구와 만난지 벌써 10년차. 법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같이 디디고 기대고 문대왔던 세월이 그리된 건 한 야구 경기장에서의 일 때문이었습니다. 그당시 취소표가 뜬 공지가 마침 저한테 왔고 피자와 맥주와 엘지와 롯데의 경기로 우린 친해졌고 마음을 트고 야근할 때 커피를 나누고 새벽밤에 통화도 해주며 있다보니 어느새 서로가 기대어 있네요.


IMG_9282.jpeg 잠실 야구장. 수도권 갈매기.


부산 사람입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아재들과 족발 나눠먹으며 암흑기 자이언츠를 목격한 여고생이었습니다. 수줍게 자신의 일을 설명할 때가 있었지만 경기장에서 쌍욕을 박을 때 엄청 섹시하게 느껴지는 친구였습니다. 정말 무서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스포츠 통계와 기사와 방송만 챙겨보던 사람은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이 친구를 만나기 전이니까 신림 모 시네마에서 혼자 두번 보고 나왔던 것 같습니다. 양동근 씨 너무 좋아했거든요. 가끔 울기 좋은 날에 보는 게 '네멋대로 해라' 16화 마지막 엔딩장면을 강력 추천합니다. 말 안해도 아실겁니다. 어쨌든 그 영화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뻔하지만 좋은 내용이었으니까요.

c852eee03e94a587714660463894dfe1e1deb709edf1813447c23617112e15cfaba89278d7af43910cf0bad59910323b44ab75aba30f10f3239e5d2ddcf8da9147986d7d61ed932af903ff148ac096664f42db1e3264a000020845cfe15c4ccfdc24fbf394a6f1fb17e4b.jpeg 퍼펙트 게임. 양동근, 조승우 주연.2011.12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롯데의 치어리더의 몸동작을 따라하는 열혈 꼴빠가 되었고 여전히 부산 처자는 이런 제 모습을 부끄러워합니다. 하지만 한켠에 롯데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가는 것 만큼은 똑같습니다. 현재의 자이언츠 군단 보면 속이 탑니다. 이런 충성스러운 팬들을 두고 84년 이후에 우승하나가 없다니...


먼저 제안을 한 건 역시 부산 처자였습니다. 베란다라는 감옥에 갇힌 그때가 개봉일이었는데 일요일에 보러갈래 라고 먼저 말해 준거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영화관, 뮤지컬, 공연장을 간 횟수보다 경기장에 간 횟수가 월등히 많은 커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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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과 함께 라떼를 들고 점심 영화를 보았습니다. 내용은 뻔히 아는 내용이고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 이건 그냥 그런 스토리인데 가면 갈수록 현재의 자이언츠에는 화가나고 과거만을 추억하는 이 순간이 조금 원망스럽기는 했습니다. 좀만 잘해서 길게 야구하지.


IMG_9598.JPG 영화 상영관에도.


내용은 1984의 한국시리즈 이야기입니다. 내용은 다큐멘터리 형식이며 그 당시의 선수들과 스태프의 증언이 함께 합니다. 아, 우리 진성 꼴빠, 성공한 꼴빠 조진웅 배우님의 나레이션이 들어가있습니다. 그냥 벅차오릅니다. 이런 투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은 진작에 했었지만 다시 못올 투수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해마다 그분의 날이 돌아오면 정말 잘해야 되는 선수들이 몇년째 패배만 기록했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이긴 것같습니다. 어머님이 모자를 만지고 로진백을 잡고 편찮으신 무릎으로 하이키킹을 하실 때마다 울컼합니다. 동상을 보면서 계속 바라보시는 것도 한두번이지. 그마음을 어이 헤야릴까요.


그냥 나오면서 펀딩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했습니다. 이번 잠실 마지막 홈경기에 팜플렛을 나눠주시던 아재의 정성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는 좀 잘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거인은 이제 마지막을 바라봅니다. 중견급 선수들의 에이징 커브도 시작될 겁니다. 코로나도 걷혀가는 마당이라 이제 팬들을 등을 질 수도 없습니다.


IMG_9266.jpeg 잠실 마지막 경기에서 나눠주시던 그때도 난 11.11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냥 좀 해봅시더. 자이언츠 친구님들이여.


세곡 한번 이어볼까요.

- 바다새

http://kko.to/7-v7F7E4o

- Lover's Conserto

http://kko.to/RwpQ37x4o

- 바다 끝

http://kko.to/aYVLFNx4B



"자고 싶어요." - 그 인터뷰 하나에 우리는 울고 웃는게 참 많았네요. 영화 "1984 최동원"은 지금 상영되고 있습니다.


IMG_9613.png 1958-2011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노비츠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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