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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an 23. 2017

혼자서는 읽지 못했을 책들의 목록 두 번째

책모임 <북덕북덕> 2016년 하반기 함께 읽은 책 리스트




5월 셋째 주, <대화>, 리영희, 700p

5월 넷째 주, <축적의 시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599p

6월 둘째 주, <백범일지>, 김구, 421p

6월 셋째 주,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6월 넷째 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484p

7월 첫째 주, <황하에서 천산까지>, 김호동, 220p

7월 셋째 주, <돈키호테>, 신원문화사(2004), 765p

7월 넷째 주, <아리랑>, 동녘(2005), 님 웨일스 김산(공), 512p

8월 첫째 주, <나쁜 페미니스트>, 사이행성(2016), 록산 게이, 375p

8월 둘째 주, <위험사회>, 새물결(2006년 4쇄), 384p

8월 셋째 주, <이것이 인간인가>, 돌베개(2011년 14쇄), 340p

9월 첫째 주,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김영사(2015 21쇄), 638페이지(~마르크스 부분까지)

9월 둘째 주, <백 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민음사(2011 44쇄), 1,2권 약 600페이지

9월 넷째 주, <제국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2016, 365p

9월 마지막 주, <제국을 말하다>, 이중톈, 2008, 에버리치 홀딩스, 442p

10월 첫째 주, <소년의 심리학>, <소녀들의 심리학>

10월 둘째 주,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 볼드, 2016

10월 셋째 주, <공부중독>, 엄기호 하지현, 2015, 195p

10월 넷째 주, <백 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2016.08

11월 첫째 주, <리처드 3세>, 윌리엄 셰익스피어

11월 둘째 주, <인체 쇼핑>, 도나 디켄슨, 2012, 311p

11월 셋째 주, <벤야민 앤 아도르노>, 신혜경, 김영사, 2009

11월 넷째 주, <난중일기>, 이순신, 지식공작소, 898p






 매주 가장 좋은 책을 찾고 싶어 고심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을 함께 읽어보자고 말하는 동안 사기꾼 같은 말이 서슴없어졌다. 재미있다고 들었습니다. 재밌어 보입니다.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꼬드겨 읽고 싶은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그중에 몇 권은 생각보다 뻔했고 가벼웠고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두 권의 책은 모랫가에서 발견한 어여쁜 소라 껍데기처럼 귀한 것이 되었다. 


 다른 이가 추천해준 책을 재밌게 읽고 나서의 보람은 더욱 큰 것이었다. 제목마저 생소한 책들을 북덕의 멤버들을 통해서 소개받았다. 그들의 안목을 믿고, 일주일의 시간을 들여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발견했을 때 느껴지는 기쁨이란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 더없이 고맙고 귀한 인연이 되었다. 


 6월 첫째 주였다. 어느 신문사의 면접을 보았다. 최근에 읽은 책을 물어왔고, 리영희 씨의 <대화>를 이야기했다. 그가 가진 균형 감각, 세상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담대함, 국가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 보일 줄 아는 솔직함을 배우고 싶었다. 면접은 통과하지 못했지만, 면접관의 질문에 진심으로 대답할 수 있었기에 괜찮았다. 김구의 <백범일지>는 생각보다 감동적이지 않았다. 그 후에 읽은 <아리랑>의 여운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비슷한 시대적 배경에 영웅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였지만 두 이야기는 크게 대비되었다. 김산이란 인물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올해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였다. 


 5월 17일,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었다. 두 달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페미니즘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분홍색 표지의 <나쁜 페미니스트>를 함께 읽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보통 '이즘-ism'이 그렇듯 우리 각자가 알아서 생각의 지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깨달음 정도만 남았다. 그 대신 남성과 여성 서로의 성에 대해 무지했던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도 나눠보지 않고 있었다. 이때의 대화는 <소녀들의 심리학>, <소년의 심리학> 이란성쌍둥이 같은 책을 한주에 읽어보는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다. 차와 다과가 전부였던 책모임이 자리를 옮겨 시집을 읽었던 시간도 신선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어두운 술집 한쪽 구석에 않아 각자 가져온 시집 속 아껴둔 구절들을 꺼내 읽었다. 


 <백 년의 고독>은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주었다. 3대에 걸쳐 이어지는 100년 동안의 시간을 함께 살아본 기분이었고 그만큼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재밌으니까 읽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책이었다. 그와 반대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일이 고통스러운 책이 있었다.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딜런의 어머니가 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가 그랬다. 지하철에서 방안에서 혼장 읽으며 몇 번인가 눈앞이 아득해졌다. 곧 태어날 나의 조카를 위해서라도 이 세상엔 좋은 어른들이 많이 필요하다. 부모의 보살핌만으로 아이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책을 한 권씩 따로따로 소개하고 싶지만 이 책들은 서로서로 이어져 있다. 2016년 하반기 6개월간의 시간 동안 나 혼자만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고르고 같이 읽고, 한자리에서 감상을 나눈 책들이다. 한 권을 떠올릴 때마다 실타래처럼 그 모든 것이 딸려 올라온다. 그다음 책으로, 그다음 사람의 이야기로 끝없이 연결되어 간다. 2017년에도 그와 같이 오색 찬란한 책 실타래에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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