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미뤄봤자 나아질 건 없는데
마지막 글을 올린 뒤로 10달이 지났다. 열 달의 시간동안 몇 번인가 써버리자 마음 먹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계속 미뤄봤자 더 나아질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하루 건너 한번씩 열 줄 짜리 기사만 쓰면서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일기장은 꽤나 열심히 들췄던 것 같은데, 이곳에 적었던 것만큼 작정을 하고 시작해 끝을 맺은 글은 없었다. 아무도 내게 일을 시키지 않을 때 스스로 할 일을 찾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다. 시키지 않는 일에 더 열심으로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1년 전 내가 쓴 감상과 단상이 이따금씩 조회수가 다시 오르는 걸 보면서, 계속 미뤄왔지만 나아진 건 없다는 사실을 혼자 확인하게 되었다.
열 달의 시간은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보려 애쓰면서 보냈다. 그저 마무리를 위해 애쓰는 시간, 그게 전부였다. 모든 것을 갈무리할 능력도 자신도 없으면서 벌려놓은 이야기들을 수습하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았던 날들이 이어졌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 포부와 의욕은 차고 넘쳤지만 끝을 내고나면 허망함과 아쉬움을 떠나 끝이 나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만 남았다. 그래도 다음 번에 더 잘하면 되지. 스스로와 적당히 타협하고 다음 시작으로 마음을 돌리는 게 쉬워졌다.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의 재료들을 여기저기 모아놓고,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혼자 앓다가 아무라도 붙잡고 조언을 구하다가 결국 나 하고싶은대로 마무리를 지어버리는 헐거움을 반복하고 있다.
한 페이지가 되지 않는 이 글도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좋을지 몰라서 헤매고 있다. 계속 미뤄봤자 나아질 건 없으니, 이대로 끝을 맺고 다시 시작하자. 생각해보면 20대 마지막 봄이지만 20살처럼 엄벙덤벙하는 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