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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un 29. 2016

그곳에 또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면

필리핀 실랑, 카비테 마을



난생 처음 들어선 마을에서

카메라 한대를 가지고

얼마나 재밌게 놀 수 있는지

그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다.




무얼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동시에 웃을 수 있는지

그 사람은 그걸 알고 있었다.




내 허리에도 닿지 않는 작은 아이들을 따라

비좁은 골목을 구경하는 시간.

시멘트 담벼락, 페인트 칠한 대문, 물이 고인 골목 바닥.




멋진 건물, 세련된 레스토랑, 고급스런 음악 대신

아이들의 얼굴이 내게 가까워지는 순간.

그게 여행하는 재미라는 걸 알려준 사람

그 사람 생각이 나는 하루였다.




핸드폰 화면을 통해 자신들의 얼굴을 본 아이들은

열에 아홉 웃음을 참지 못한다.

마지못해 따라 웃는 얼굴이 아닌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 웃음 소리가

골목 가운데서 끝으로 메아리 친다.




이번 여름이 가고, 몇 번의 여름이 더 지나면

오늘 들었던 이 소리도 떠나고

점점 떠올리기 어려워지겠지만




언젠가 또 이런 골목을 만나면

그리고 그 곳에 또 어린 아이가 살고 있다면

앞으로 몇 번이든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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