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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un 28. 2016

골목 냄새가 좋다

필리핀 실랑, 골목길 풍경


골목의 냄새가 좋다

질척이는 골목 바닥에선 지린내가 난다

곳곳에 물이 새고, 오전에 내린 스콜 때문에, 그 습기가 마를 날이 없고.

운동화를 신던 쪼리를 신던 그 더러운 물은 매번 튀어 오르는 게.

그게 싫지 않다. 금방 적응을 해서 되레 마음이 편해진다.


빨래 비누가 물에 녹아 거품이 이는 곳에 그 냄새가 올라오는 게 좋다.

닭과 고양이와 개들이 골목 골목 누워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물건을 고치고, 물건을 만드는 곳의 풍경이 좋다.

빨래를 널고, 아이를 어르고, 오토바이 엔진을 고치는 곳의 풍경을 좋아한다.


빈 공터엔 으레 쓰레기들이 쌓여 있고, 그 곳의 냄새가 또 맡아 지는 게 재미있다.

할아버지가 게으른 늙은 개를 쫒아내고, 다 큰 고양이가 어린 아이를 어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캘커타의 서더 스트릿에서 마더 하우스로 가는 길.

푸줏간을 지나, 닭장을 지나, 사람들이 몸을 씻고, 빨래를 하는 골목을 지나


음식을 하고, 옷을 다리고, 장사를 하는 골목을 두어개 지나

툭툭- 5인승 오토바이가 달리는 길을 하나 건너

그렇게 위험한 골목길들을 수십번 혼자 지났어도

아직 한번도 위험한 일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 덕분에

아직까지 골목길의 더러운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 곳과 비슷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놓게 되는

금새 그 때 여행자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는

그런 골목길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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