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번째 달리기

7.3킬로미터까지 거리 늘려본 날

by 민지숙


5.5킬로 달리기에 익숙해지면서 거리를 좀 늘려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받았다. 시간 여유를 잡고 오고 가는 길에 1킬로씩을 더해 달려보는 것이다. 전보다 페이스는 느려지겠지만, 익숙해지면 5.5킬로를 달리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 했다. 더 먼 거리를 같은 속력으로 달릴 수 있게 되는 걸 '거리가 늘었다'고 본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덩치가 튼 철새들이 모여서 지들끼리 모의하는 모습이 보이는 바로 그 지점이다. 지난 한 달간 그 선 너머로 가 본 적이 없었다. 마음 같아선 곧게 펼쳐진 그 길을 내키는 대로 달려보고 싶었지만, 다시 돌아올 길이 깜깜해져 몇 걸음 더 떼어보고 마는 것이었다. 신나서 멀리 갔다가 너무 지쳐버리면 돌아가는 길이 고역일 테니까. 그 걱정이 새로운 풍경에 대한 호기심보다 내 몸을 더 무겁게 잡아끌었다.



몇 백 미터 더 앞으로 갔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발랄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멀리 서는 까만 점들이 무수히 흩어져 있는 것처럼. 오리 떼가 무리 지어 물 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청둥오리 떼가 모여 다니는 모습은 여러 번 봐왔지만, 이번엔 풉-하고 소리 내게 만드는 우스꽝스러움이 더해졌다. 어느 폐수처리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를, 워터파크의 인공 파도를 타듯 오리들이 떼 지어 거스르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그 물은 주변 물보다 조금 더 따뜻할 것이다. 그리고 폐수에는 새들이 좋아할 만한 부유물도 간간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 자리에 그렇게 오밀조밀 모여 넘실거리는 파도를 따라 줄지어 헤엄치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순서를 기다려 미끄럼틀을 타려는 아이들처럼. 오리 떼 사이에 환호성이라도 들리는 것 같았다. 물줄기에 뒤로 밀려갔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물장구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워터파크 풍경이었다.


몇 걸음 더 앞으로 나갔을 뿐인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어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거리를 늘려보자는 마음을 먹고 나서 걱정되었던 것이. 더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후회하지 않을까. 지금 기껏 익숙해진 루트보다 더 무리를 해서 달리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지면 어쩌나. 그런 막연한 걱정이 나도 모르게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첫걸음에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아서 느낌이 좋다. 앞으로 조금씩 더 거리를 늘려 가는 일에 육체적으로 힘든 것만 떠올리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멀리 가면, 하나 더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기대가 추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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