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을 하던 기업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_알리바바 그룹
* 요약: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그룹은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중이다. 보통 사람들이 문제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한 장벽을 허무는 열쇠를 먼저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다. 물건이 아닌 기업을 팔고 있으며, 가성비 이전에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정부 국가를 대신해 14억 명의 건강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3개월 뒤 알리바바는 또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2019년 기준 알리바바는 중국 온라인 시장의 55.9%를 점유하고 있다. 2위인 ‘징동(16.7%)’에 이어 ‘공동구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발한 ‘핀둬둬(7.3%)’가 약진하고 있다. 시장의 과반을 넘은 시점에서 몸집을 키우고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더 이상 알리바바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 최근 알리바바는 자사 주식 하나를 9개로 분할하며 본격적으로 홍콩증시에 상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전 세계 알만한 기업은 대부분 알리바바 플랫폼 안에 들어와 있다. 브랜드 하나를 더 들여오고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물건을 하나 더 파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물레방아를 돌릴 물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으니 풍차를 짓고, 발전소를 지어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할 차례다. 그 뼈대를 만드는 게 ‘기업 솔루션’이다.
알리바바는 물건에서 솔루션과 브랜드 스토리로 전문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구글 드라이브와 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수많은 이용자들은 자신의 활동 데이터를 공짜로 구글에게 넘겨주고 있다. 세계인이 VISA 카드를 쓸 때마다 내는 수수료는 누구의 계좌로 들어가는지 생각해보자. 알리바바는 ‘클라우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클라우드의 개념을 잘 모르는 전 세계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 기초 과정을 교육하고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업 사내 메신저를 개발하고, 직장인들이 주고받는 모든 파일과 데이터의 정보를 수집한다. 한국인이 네이버 솔루션을 쓰지 않고 하루를 살아내기 어려운 것처럼. 전 세계인이 알리바바의 솔루션을 숨쉬듯 이용하도록 판을 짜고 있다.
알리바바에는 문제 이전에 솔루션이 먼저 있다. 우리가 불편함과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농축산물 1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운 식물의 사진을 찍으면 병충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돼지나 소를 찍으면 전염병의 위험이나 최적의 임신 시기를 판단해서 알려준다. 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농축산물을 키울 수 있다. 병충해처럼 과거에 어쩔 수 없는 리스크라고 생각해 그 결과를 그대로 받아 들여왔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어민들은 이 솔루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대가로 알리바바에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
솔루션이 가장 빛을 발하는 영역은 의료 분야가 될 것이다. 알리바바는 14억 인구의 건강관리를 ‘알리바바헬스’ 플랫폼이 도맡아 하겠다고 선포했다. 북경, 상해 등 1선 도시를 벗어난 중국의 의료 현실은 처참한 수준이다. 1급이라 분류하는 고급 의료진의 숫자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물리적인 거리 자체가 엄청나 ‘의료 여행’을 떠나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원격진료’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원격진료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다. 알리헬스 플랫폼에서 환자는 의사를 만날 수 있다. 1급 의료진이 아니면 진료비는 공짜다. 진단받은 결과는 어플로 전송받고, 처방된 약은 직접 찾으러 가지 않아도 ‘어러마’ 배송 서비스로 집까지 배달된다. 길게 줄서지 않아도 어플을 통해 원하는 의사와 진료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의사는 의사끼리 새로운 진료 노하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의사 한 번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3선, 4선 도시의 수많은 시민들은 알리바바를 통해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왔다. 14억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기업들을 끌어들였고,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며 전국의 다양한 소비계층을 수요를 만족시켰다. 이제는 알리바바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따라잡을 수 없는 가성비는 기본이다. 클라우드, 솔루션, 헬스. 3개월 뒤에는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