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먼저 별장을 샀지만, 아직 '내 차'는 없다. 버스를 타거나, KTX를 타거나 아니면 남의 차를 빌려 차야 한다. 자가용이 없는 사람에게 강원도는 그렇게 놀기 편한 곳은 아니다. 큰마음 먹고 3~4시간을 달려 도착해도 시내에 가거나, 근처 바닷가에서 숙소로 돌아오기까지 택시를 잡기도 녹록치 않다. 2017년 처음으로 양양에 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봤는데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서울양양고속도로[Seoul-Yangyang Expressway, -襄陽高速道路]’ 는 서울특별시 강동구와 강원도 양양군 서면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로 총 길이 150.2㎞이며, 2017년 6월 30일에 전 구간이 완전 개통되었다. 경기도 하남시와 남양주시의 와부읍·화도읍, 양평군 서종면, 가평군 설악면, 강원도 홍천군 서면, 춘천시의 남면·남산면·동산면, 홍천군의 북방면·화촌면·내촌면·서석면, 인제군의 상남면·기린면 등지를 경유하여 양양군 서면까지 서울특별시와 강원도를 동서로 연결한다.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서울과 강원도는 원래 동서로 연결 되어 있었다. 구불구불 반나절이 걸리는 ‘국도’를 통해서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해돋이나 눈 구경을 하러 강원도를 찾으려면 한참을 차에서 자고 일어나야 했다. 2017년 6월,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뚫린 덕분에 나의 별장생활도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속도로가 뚫린 덕분에 서울의 집과 양양 별장 사이의 시차가 줄었다. 마음만 먹으면 2시간 십 분 조금 더 걸리는 시간에 아파트 문에 도착할 수 있다.
지금은 보통 차량 공유 서비스(쏘카)를 이용해 별장을 오고간다. 하도 자주 이용하다보니 월정액권을 끊어 각종 쿠폰 할인을 받아 비교적 합리적인 교통비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가솔린차를 이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오닉과 볼트 같은 전기차를 이용한다. 장거리를 뛰다보니 아무래도 소음이 적고 부드럽게 나가는 전기차가 편하다는 걸 체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기차 배터리의 크기가 서울-양양을 가뿐히 오갈 수 있는 용량이 되지 못하다. 날이 춥거나 하면 전기는 더 빨리 단다. 휴게소 충전소에 다른 차량이 충전 중이거나, ‘고장’표시가 떠 있어 애먹었던 적이 몇 번 있다. 하지만 톨게이트나 주차 비용에서 혜택을 보는 만큼 아직까지는 가장 선호하는 선택지다. 당일치기로는 8만 원대, 1박을 하고 오면 12~3만원 정도 나온다. 몇 시간 단위보다는 오히려 하루 이틀 단위로 빌리는 게 더 저렴하다.
<출처: SURFX 홈페이지>
렌터카 다음으로 멤버 수 6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서핑 동호회로 알려진 ‘SURFX’ 까페를 통한 '카풀'을 자주 쓴다. 이 까페는 가입절차가 까다로운 만큼 각 회원의 정보를 비교적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자유롭게 카풀인원을 구한다. 출발 장소와 목적지, 시간대를 올리면 알음알음 사람들이 모인다. 우리는 보통 퇴근 후 옥수역이나 잠실역에서 카풀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같이 양양으로 갔다. 아니면 우리가 쏘카를 빌려 일정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기도 한다. 성수기에는 당일 새벽에 올린 글에도 서너 건의 문자와 전화 연락이 온다. 서핑이 좋아 만나는 사람들이니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어도 지루하지 않다. 주변 서핑 샵이나 일기예보, 서핑용품이나 자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보통 편도 1만 8천원 왕복 3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출처: 서프엔조이 홈페이지>
여름 성수기에 자주 양양을 오가고 싶다면 서프엔조이에서 운영하는 ‘서핑 셔틀’이 있다. 매년 5월부터 9월 말까지 서울과 양양을 오가는 전용 버스 서비스인데 몇 번 이용해보니 편리했다. 토요일 오전 5시 40분에 여의도에서 출발해 신도림역, 사당역, 강남역을 거쳐 오전 7시에 종합운동장에서 양양으로 출발하는 노선이었다. 영등포, 종로3가 여러 가지 노선도 함께 운영 중이니 일정에 맞는 버스를 예약하면 된다. 요금은 편도 2만원 왕복 3만 5천원이다. 대형 버스다 보니 승차감이 좋고, 양양 해변을 군데군데 정차하니 본인이 가는 서핑샵 근처에 바로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교통수단처럼 차가 막히면 답이 없는데 양양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아예 심야 시간대 출발로 정체를 피할 수가 없다. 또 서울 지하철역에서 다시 집까지 가는 대중교통을 한 번 더 거쳐야 해서 불편함이 있다. 물놀이 잔뜩하고 지하철을 한 번 더 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잠실에서 집인 용산까지 택시를 탄 적도 있다.
양양을 오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용했던 건 KTX였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출도착 시간이 정확하고 왠지 엄청 ‘빠르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1시간 50분 만에 서울에서 강원도에 도착할 수 있지만 편도 2만 7600원에 강릉역에서 또 양양으로 택시를 타고 40여분 들어가야 하는 일정은 너무 빡빡했다. 택시비만 잔뜩 나오고 시간 절약도 거의 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강릉 일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나절은 강릉역 근처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기다가 양양으로 이동해도 나쁘지 않다. 자신의 일정에 따라서 교통수단을 잘 선택하지 않으면 먼 길을 떠나 도로 위에서 시간을 다 보내게 된다.
그리고 사실 서울에서 양양을 가는 것만큼 중요한 건, 별장 인근을 돌아다닐 때 필요한 미니 교통수단이다. 서울과 달리 시내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은 어마어마하게 길다. 콜택시 역시 30분 넘게 연결이 되지 않았던 적도 있다. 별장 바로 앞에 있는 해변인 기사문에는 서핑샵은 잔뜩이지만 밥이나 술을 먹을 적당한 식당가는 없다. 밤 9시만 넘어가도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부산이나 인천처럼 이미 상권이 크게 들어선 곳이 아니기 때문에 늦은 밤 삼겹살이나 회라도 한 점 먹으려면 바퀴 달린 탈 것이 필요하다. 치킨이나 족발만 먹으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우리는 작년에 작은 스쿠터를 한 대 샀다. 가까운 하조대로 짬뽕을 먹으러 가거나, 농협 하나로 마트에 장을 보러갈 때. 아니면 인근 해변가에 새로 생긴 까페 구경을 갈 때 유용하다.
‘내 차’가 있었다면 이런 저런 방법을 찾아볼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N가지 방법으로 서울-양양을 오간 덕에 다양한 사람과 풍경을 만났다. 나 말고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먼 길을 떠난다는 사실은 날 들뜨게 한다. 오고가는 교통비가 만만치 않지만 서울에서 보내는 주말도 그에 못지않게 비싸다. 그 대신 양양에서는 조금 더 연속적이며 개인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몇 번이고 다시 만날 수 있고, 익숙해진 풍경만큼 그 곳을 즐기는 법도 저마다 색깔을 더해간다. 젊은이들이 돈과 시간이라는 귀한 자산을 기꺼이 태우면 그 먼 곳까지 가는 이유를 하나씩 알아가는 게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