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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Apr 19. 2020

정신건강을 위한 (나쁜) 습관들

2020.04.18 북덕북덕 <타이탄의 도구들> 

'남탓을 잘한다'


'잘 안 치운다'


 엄청난 성공을 이룬 타이탄들에겐 성공습관이 있다.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뭔가 괜찮은 습관들이 있지 않을까 끄집어 낸 것들이 이모양이다. 남 탓을 잘하니 일단 내 속이 편하다. 그 편한 마음을 동력으로 내 할일을 한다. 스스로 남 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게 해주기도 한다. 잘 치우지 않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물건이 쌓여 견디기 힘들어질 때쯤 결국 더 효율적인 생활 규칙을 찾게 한다. 집안일 주변 정돈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이것도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준다. 돌이켜보니 그런 것이다.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습관이 꼭 누가 봐도 좋은 것들일까. 


 우리는 책을 한권 내야겠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은 세 여자가 엮은 <정신건강을 위한 (나쁜)습관들> 멘탈관리라고 하니 정신수양을 위한 마음공부 책으로 오인받을 수 있겠다. (나쁜)이라는 형용사를 빼도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겠지만 사람들이 별로 재밌어하지 않을 것 같다. 대놓고 나쁜 습관들. 보통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알고 있는 나쁜 습관들이 결국 우리 정신건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타이탄들의 습관이 좋은 거란 걸 알겠지만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 '현실성'을 한스푼 추가하게 되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무엇일까.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으면서 물가에 20번쯤 갔던 것 같다. 그중에는 물 몇 모금 마시기에 성공한 때도 있었다. 정연씨와 봄이씨 모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 정리하기'를 선택했다.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한 통나무집을 산다거나, 마음에 드는 나초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100만 달러를 투자하거나 하는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한번 마음 먹었다고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울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던져진다.  


 좋은 습관보다 나쁜 습관에 주목해자. 우리 안의 작은 나쁨이 나트륨처럼 우리 인생을 더 잘 굴러가게 한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길게보면 인생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소녀시대 태연은 성공을 자신이 원하는 기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일이라고 했다. 성취감이나 우월감을 느끼는 것보다 '거리낌이 없는 상태'  정도를 목표로 한다면 나쁜 습관들이 더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나쁜 습관이야말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오랫동안 힘들이지 않고 유지되어온 패턴이다. 그리고 이미 익숙해진 패턴의 장점을 찾는 편이 새롭고 좋아보이는 습관을 인생에 들이는 일보다 쉬울 것이다. 


 우리 세 사람이 억만장자가 되거나 유명인이 된다면, '남탓을 잘한다'와 '잘 치우지 않는다'가 성공습관으로 소개될 것이다. 실제 '성공'한 사람들의 진짜 동력이 되는 습관들은 누구에게 따라하라고 권하기 어려운 '기벽'이나 '괴벽'일수 있다. 성공이나 전문성이란 환상에 불과하고, 더 많이 입을 열고 더 많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되었다. 역시 책은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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