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중독자의 1번째 책
1일 1책 1글 챌린지를 시작한다. 두루뭉술하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시작할까 한다가 아니라 오늘 5월 14일 목요일 로즈데이인 오늘부터 시작한다. 일단 새벽 5시에 일어나 복싱을 하는 루틴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운동이 내 인생의 유일한 자신감의 근원이 될 수는 없다. 남은 60일 동안 60편의 글을 올린다. 그리고 그 글들은 매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이야기들로 시작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1일'을 알리는 글을 이전에도 몇 번 썼다. 포럼 준비기도 그랬고, 중국 기업 탐방도 그랬고, 별장일기도 그랬다. 그렇다. 나는 1일 중독자가 맞다.
책을 주문하고 돈을 지불한 뒤에 택배 아저씨를 거쳐 내 손에 그 책이 들어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다. 그만큼의 시차가 나의 일주일 전 관심사와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생각들의 간극을 만든다. <흔한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으로 시작하는 부동산 투자> 책은 경매와 부동산에 관한 유튜브 방송을 보던 2주일 전의 내가 선택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취업 후 '재테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역발상 투자로 9년 만에 27억의 자산을 달성했다. 마침 30대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목욕탕에 앉아 몸을 데우면서 300페이지짜리 책을 하룻저녁에 다 읽었더라.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났다. 부모님에게 받은 돈 없이 무일푼으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부터 시작했다는 어느 30대 직장인의 이야기에 안압이 올랐던 그때의 여운은 가라앉았다. 이젠 이 빨간 넥타이 맨 아저씨가 무서운 자세로 아파트를 향해 손가락질 하고 있는 이미지가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사실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차분해졌다. 목욕탕 물을 튀겨가며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마다 접어둔 페이지를 다시 읽어본다.
책은 직장 1년차부터 9년차까지 시간의 순서에 따라 구성됐다. 20년 넘게 맞벌이로 근무한 50대 상사인 김 과장님이 정작 모아둔 재산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 받은 30대 저자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남들보다 일찍 투자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소비절벽을 만들었다. 3년 동안 해외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동안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극단적으로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다독보다는 한 권의 책을 여러번 읽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덧붙이긴 했다) 그렇게 모은 종잣돈으로 서울이 아닌, 철강 사업으로 기반을 닦은 광양이란 지역에 역발상 투자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9년만에 원래 목표를 상회한 27억의 자산가가 되었다.
임금과 자산은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투자의 방식을 선택하는 용기와 그것을 실제 부의 증가라는 결과로 관철시키는 의지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학위를 따고 외국어를 공부하고 회사에서 실적을 내는 일과 생각보다 훨씬 더 동떨어져 있는 일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 일과 자산가가 되는 일은 같은 길 위에 있는 미래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저자는 통장 쪼개기부터 지방 아파트 매입, 분양권 투자, 전월세 전환, 세금 절세 노하우 등 보통의 재태크 책에서 다루는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가 보낸 9년 동안 이를 실행하기 위해 눈물겹게 했던 노력과 실패들이 그 평범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그는 임금노동자인 동시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자산가가 되었다. 자신이 목표한 바를 매일 같이 꿈꾸고,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닥쳐온 무수한 실패를 거뜬히 감당할 체력과 지력을 꾸준히 길렀다. 그의 열정을 조금 흉내내며 첫번째 책의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