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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May 18. 2020

4.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20대의 자본론과 30대의 자본론

  마르크스는 서른 살에 <공산당 선언>을 썼다. 스물셋에 처음 자본론을 읽은 나도 이제 서른이 되었다. <공산당 선언>같은 걸작을 남기기는커녕 그가 말한 것들이 새삼스러워졌다. 새삼스러운 노동가치설, 새삼스러운 착취율, 새삼스러운 제국주의.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들> 과 일본학자가 쓴 <끝나지 않은 20세기> 두 책과 동시에 읽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정말 원숭이보다 조금 나은 독해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본론의 주요 개념을 정리한 이 책은, 마르크스 수업을 들으면서 받았던 임팩트가 없었다. 


 <삼국지> 같은 건가. 젊을 때는 되도록 많이 읽고, 나이 들어서는 되도록 멀리하라는 그런 책. 기름붓기는 청년 시절에 마치고 엉덩이가 무거워져서는 괜히 마음만 번잡하게 만든다는 그런 책인가. 원숭이는 나이 들어서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안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책보다 이렇게 짧은 문단으로 빠르게 생각을 전개할 수 있는 건. 언젠가 그 두꺼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이해해보려고 애썼던 젊은 시절의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업자인 아버지에게 노동가치설에 대해 이야기하며 당신이 번 돈은 노동자를 착취한 결과물이라며 대들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론의 가장 값진 교훈은 회사에 너무 많은 나의 시간을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월급이란 것을 받기도 전에 그 사실이 먼저 내 몸에 본능처럼 새겨졌다. 나의 시간이 곧 나의 노동력이며 모든 가치의 원천이다. 그것은 한정되어 있고, 재생산을 위해 반드시 그만큼의 자원이 필요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선 너무 쉽게 '후려쳐진다' 


 20대에 배운 그것들은 30대의 삶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이렇게 퇴근 후에 앉아 나만의 글을 쓰는 시간을 내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인생의 목표를 되새긴다. 나의 시간을 지키는 것은 90년생의 되바라짐보다는 80년대 운동권의 정신에 더 가깝다. 


 20대 취준생 시절, 너무나도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영화처럼 보였던 자비에 돌란의 영화 <마미>를 다시 보았다. 그때의 감동을 기대했던 나는 슬퍼졌다. 영화는 납득할 수 없는 폭력과 거북한 대사의 연속이었다.   취향이 바뀐 것일까. 내가 처한 상황이 바뀐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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