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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un 25. 2020

돈 공부 3개월차

두 사람만 모여도 하나의 기업이다

 결혼식을 올리고 딱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지랄병에 걸린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은 다 시작해보았다. 결혼식을 위해 잡고 있던 고삐를 모두 풀고 나혼자 달려나가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하고 싶었던 운동이나 글쓰기나 책읽기, 사람 만나기 뭐든 거침이 없었다. 매일 새벽 하루를 시작하는 낙으로 삼았던 복싱을 손목을 다쳐 쉬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난 100일 동안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면서 살았을까. 


 결혼을 하면 들여다볼 수 있는 월급 통장이 2개가 된다. 연수입이 2배가 되고, 사실 그 이상이 되었다. 내 미래를 그려나간다고 하지만 사실 두사람 분의 몫이었다. 가용할 수 있는 자본의 범위가 달라지면서 경제적 자유를 위한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석 달 동안 내가 가장 많이 한 건 돈 공부였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두 사람이 바라는 미래를 위해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만들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두 사람만 모여도 하나의 기업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1=2가 아니라 3이었다.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두사람으로 만들어진 법인이 하나 생겼다. 나는 1인분의 경제주체인 동시에 하나의 기업체의 50% 지분을 갖게 되었다. 우리 두사람의 생각과 계획은 개인의 것과 맥락을 같이 하지만, 더 멀리 더 큰 것을 향해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었다. 밤낮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절로 제3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남편이 밥을 하고, 장을 보며 식비를 통제한다. 나는 빨래와 집안 청소를 맡아 집안을 정돈한다. 남편은 주식 공부를 나는 부동산 공부를 한다. 그렇게 모으고 불린 돈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두 사람이 함께 결정한다. 서로가 서로의 피고용인이자 관리자이자 사업 파트너와 조력자가 된다. 한 사람이 지칠 때 다른 사람이 돌봐주고, 한 사람이 성취를 이뤘을 때 다른 사람이 주변을 돌아봐준다. 


 지난 석 달 동안 나는 소비를 5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 쓰지 않은 돈만큼 나의 저축 모금액 달성에 한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편의점, 까페, 베이커리는 꼭 할인된 기프티콘을 사서 쓰고, 로션과 생필품은 올리브영에서 신용카드 포인트 바우처로 구입했다. 택시를 줄였고, 배달음식을 끊었고, 감정적으로 소비하지 않기 위해 각종 절약 유튜브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사실 첫달부터 자신없던 계획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월급을 받은만큼 쓰고, 욜로족을 지향했던 내가 계획을 세운다고 쉽게 변할 수 있을까. 과연 그렇게 살 수가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소비통제와 돈 공부를 시작한 지 3달만에 조금 자신이 생겼다. 나에겐 너무나 막강한 파트너가 있어, 쉽게 계획을 무너뜨릴 수가 없었다. 라이벌이 아닌 파트너가 막강한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3년 30년도 차근차근 살아나갈 수 있겠구나. 조금 단단한 마음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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