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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휴가 어디로 가세요

코로나 시대 별장 여행

by 민지숙

올해 남은 연차 3일 중 둘째 날을 별장에서 보내고 있다. 여름휴가도 이곳으로 왔고, 겨울휴가도 마찬가지. 생각해보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우리는 연휴에 어디에 갈지 크게 고민할 일이 없었다. 낯선 사람과 부딪힐 일이 거의 없는 이곳 별장으로의 여행이 가장 안전하고 편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전 글에서 왜 맨날 별장으로만 여행을 와야 하냐고 불만을 터트렸지만. 감염병이 도는 이런 시국엔 역시 나의 두번째 집이 있다는 사실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이곳에서 우리는 음식을 거의 포장해오거나 배달시켜 먹는다. 커피는 테이크아웃해서 바닷가를 거닐며 마시고, 지칠 때쯤 집에 들어와 다운받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술을 한잔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출근해야 하는 서울과 비교했을 때, 낯선 사람과 마주칠 확률이 훨씬 적다. 당장 오늘 하루만 해도 다른 손님이 거의 없는 편의점과 식당 주인을 만난 것이 전부였다. 어딘가 요양을 온 사람처럼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산책을 나갔다 돌아와 친구들과 모바일 게임을 하고, 지루해진 틈에 작년에 사둔 트리를 꾸미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한적한 여행과 고립된 시간의 안락함을 맛본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지난 주말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는 후배는 호텔과 까페마다 넘치는 사람에 놀랐다고 여행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불특정 다수와 함께인 것이 불편함을 느끼게 된 사람들은 부산에서 여수, 제주에서 울릉도로 좀 더 한적한 여행지가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 덕분에 국내 여행지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장소들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단독 펜션과 고급 민박에 대한 수요가 전에 없이 높아졌다. 작지만 독립적인 공간이 보장되는 곳이면 겨울 비성수기에도 예약이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일년이란 시간 동안 여행과 일상을 떠난 휴식에 목말라 있었다. 이제는 무언가 새로운 방법,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근사한 호텔 로비보다, 연인이나 친구와 프라이빗하게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에 더 만족을 느낀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 공간보다는 외지더라도 폐쇄된 곳을 더 선호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전에는 눈길이 가지 않던 이색별장에도 방문객의 발걸음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안전하게' 쉬는 것이 휴가의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마스크 한장을 믿으며 마트에 가고, 일터에 나가야 하는 우리들은 휴식 공간에서만큼은 조금 더 쉽게 안전해지고 싶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낯선 장소를 찾아나서지 않아도 되는 어떤 곳. 열평 남짓의 작은 별장이 코로나 시대 가장 든든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도 이곳으로 도망을 와야지. 주변에 사람도 적어서 이 아파트를 사수하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인지 모른다. 넷플릭스 영화를 보다가 실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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