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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Dec 31. 2020

마흔의 은퇴, 딱 두 배의 자유

1년 180일의 자유 시간을 위하여

  한번 계산을 해봤다. 그렇게 하고 싶은 ‘조기 은퇴’를 하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소득 지출에 대한 게 아니라 시간.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시간을 한번 계산해보고 싶었다.      


  결과는 인상적인 두 개의 숫자, 25%와 50%. 지금의 직장인 생활과 내가 목표로 하는 은퇴 후의 삶을 비교

하자면 2배 차이가 나는 이 두 개의 숫자로 요약할 수 있겠다.      


  먼저 한 달 평균 주말 근무를 2일 하는 지금의 직장을 기준으로 연차 14일을 넣어 자유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일주일에 평균 5.5일을 근무하면 나머지 1.5일이 자유시간이고, 여기에 연차 휴일 14일을 더해보면 총 86일의 시간이 나온다. 365일 가운데 86일. 약 4분의 1 시간 동안 나는 자유의 몸이다.      


일주일 5.5일 근무(1.5 휴일) + 연차 = 1.5 x 48주  + 14 = 72+14 = 86일 / 365일

= 약 25%


  이번에는 내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은퇴 후의 시간이다. 나는 주 4일을 근무 날로 잡고, 한 달에 2달은 온전히 여행으로 휴가를 보내려고 한다. 일주일에 3일씩 40주에 60일의 시즌오프휴가를 더하면 180일. 365일 중에 180일이면 계산하지 않아도 50%에 가까운 숫자가 나온다. ‘     


일주일 4일 근무(3일 휴일) + 일 년 2달 휴가 => 120일(10달) + 자유 60일 = 180일 / 365일

= 약 50%


  이렇게 단순한 계산을 해보기 전까지는 조기 은퇴의 계획은 ‘이미지’ 중심이었다. 앞으로 5년 뒤 37에 은퇴하면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우고, 조금 느긋한 한나절을 보내고, 요트를 끌고 나가 인근 바다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이미지들이었다. 여행이나 운동, 요리와 같이 버켓리스트처럼 많은 활동들의 목록이었다. 새로운 삶에 대한 구체적은 상을 갖는 것은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되겠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의문점이 따라다녔다.     

 

 사실은 그 때 하고 싶은 걸, 지금도 하고 있다면?     


 자유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간략이 적어보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지금도 하고 있는 일들이다. 브런치를 쓰고, 주말이면 서핑을 하고, 한 달에 한 두 번 다이빙이나 캠핑 같은 취미 활동을 할 수가 있다.      


<자유 시간>

- 여행 / 서핑 / 복싱/ 승마 / 경비행기 / 요트 / 스키 / 외국어 /  / 글쓰기  

- 수영 / 스노클/ 스쿠버다이빙 / 프리다이빙 / 캠핑 / 요리 / 핸드팬 연주 / 친구 만나기

- 사업


 사실 ‘마음만 먹으면’ 회사를 다니면서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나이 50이 되어서까지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는 직장을 다니며 사는 게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저 50%의 자유가 탐난다.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단순히 자유 시간이 더 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있을까. 취미에도 돈이 드는데 과연 더 많은 시간 일하지 않고(노동하지 않고) 온전히 자유 시간을 즐길 수 있을까. 여러 의문이 스치듯 지나가면서 문득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닌 ‘노동력’의 대가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이윤은 노동자의 빼앗긴 (노동)시간에서 나온다. 내가 처음으로 이해한 경제학의 기본 공식은 이것이었다. 나는 그저 정해진 곳으로 출퇴근을 해 주어진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괴로운 것이 아니다. 일주일에 5.5일의 근로 시간 안에는 월급분량의 일에 더해 이윤 자체를 위해 일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주중에 소진한 에너지를 재생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시간들도 있다.       


  1.5일의 주말 동안 과제를 해치우듯 취미활동을 즐겨도 갈급한 마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조금 더 오랜 자유의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다면 만족의 질이 달라진다. 더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더 즐길 수 있게 된다. 사실 무엇을 하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어떤 속도의 시간 속에서 그것을 하느냐가 아닐까.     

 

  누구의 속도인가, 누구의 타임라인인가, 누구의 계획인가. 또 얼만큼의 여유 시간이 있는가. 다음 일정까지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는가. 15분 1시간 단위의 계획을 완전히 깨뜨릴 수도 있는 것인가. 계획이 없이도 내가 조타수가 되어 항해할 수 있는 온전한 하루인가.      

 

 결국 나는 적어도 절반의 자유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50의 은퇴 대신 37에 직장을 떠난다는 건 그러면서도 50%의 자유를 손에 넣겠다는 욕심이다. 정년 퇴직 후의 무제한의 자유를 40대 50대 젊은 시간에 먼저 쓰고 싶다. 그리고 60 이후에도 이전과 비슷한 시간의 노동을 또 하나의 자아실현 수단이나 취미로 여기며 해내고 싶다.     


  나이가 들어 주어질 자유의 시간을 한 발 앞서 맞아들이고 싶다. 그게 진짜 가능한 계획인지는 한번 해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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