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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an 05. 2021

은퇴 계획, 파트너의 중요성

보이지 않는 것을 함께 보는 사람

  서른 일곱 은퇴를 한 내 곁에는 누가 있을까. 이 모든 계획의 발단이자 동력이자, 나침반, 목표가 되는 나의 파트너일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미래의 시간을 당장 손에 잡힐 듯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사람과 매일을 함께 한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의 레드팀이 되어 혼자서는 정말 이룰 수 있을지 계산이 서지 않는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겁이 없는 나는 대신 걱정이 많다. 먼저 일을 벌려놓고 그 다음에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오만가지 부정적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느라 혼자 마음 고생을 한다. 이미 사고는 쳐놓고서 "이렇게 되면 어쩌지,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패닉에 빠지는 순간들이 많다. 그렇게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고 떠올려 결국 한 발자국 용기를 낸 과감한 결정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때쯤 파트너가 나타난다. 


  겁은 엄청 많은데, 대신 걱정이 없는 그는 이미 사고를 친 내 걱정들을 하나씩 제거해준다. 사실 그렇게까지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을 해도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의 일을 걱정해라. 그런 일까지 걱정되면 땅이 꺼질까 지구가 멸망할까도 걱정을 해야할거다. 그리고 결국에는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근거 없는 말들로 나를 안심시킨다. 


 이미 우리는 5년 안에 직장 생활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누군가는 30년이 걸리는 길을 그렇게 빨리 걷기로 결정한 이상 속도가 빨라지고 하루의 밀도도 높아진다.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이 더 많이 찾아올수밖에 없고, 단거리 달리기를 하다보면 의지와 상관 없이 체력이 달리는 순간도 있다. 그런 위기의 시간에 밀려오는 부정적인 생각과 막연한 불안함은 발을 더 무겁게 할뿐이다. 어차피 저 멀리 목표까지 도달을 하든 중간에 목적지를 바꾸든 할 때까지는 이 길로 달려갈 것이면서 스스로를 의심만 하다가는 그자리에 발이 묶여 버릴 수 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나 자신도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나와 함께 실눈을 뜨고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어 천만다행이다. 새벽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을 때 느껴지는 어느 날의 허무함과 불안을 먼지 털어내듯 가볍게 날려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 안심이다. 에너지 드링크나 부적처럼 의지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된다. 파트너가 은퇴계획을 달성하는 데 있어 보다 현실적인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둘이 벌고 둘이 모으면 더 빠르다는 숫자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더 오랜시간 자유롭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은퇴계획에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과 멘탈 관리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게 더 중요한 포인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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