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d-65 계란 한 알에 서러워진 날

세졌는데 기운이 없어

by 민지숙

목요일인 오늘 새벽 6시 복싱장엔 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직 음악도 나오지 않아서, 에어팟을 귀에 꽂고 줄넘기를 시작했다. 3분씩 3세트. 이제는 제법 빠른 속도로 넘어도 호흡이 딸리지 않는다. 어제처럼 기운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일주일 중에 가장 취약한 요일인 오늘 더 자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운동을 하러 나왔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나흘 만에 새로운 스탭도 배웠다. 왼쪽으로 위빙을 해서 한발 앞으로 나아가 상대방의 오른쪽 얼굴을 친다. 자세가 익숙해지면서 주먹에 힘이 더 실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나빠 여러 가지 스탭을 동시에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오른쪽 왼쪽 두 가지 스탭을 번갈아가며 3세트를 마쳤다.


오늘의 체력 운동은 플랭크로 복근 조지기였다. 업다운 플랭크 15번씩 3세트에 일반 플랭크 20초 업 플랭크 30초 3세트를 더했다. 어제에 이어 팔 근육이 털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전에 없이 안정적인 플랭크 자세가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마스크 위로 땀이 고여서는 마무리 복근운동까지 알차게 마치고 출근시간에 맞춰 샤워실에 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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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체력은 강해졌다. 그런데 일상 생활에 쓰이는 기력이 딸리는 느낌이다. 도시락 싸기가 조금 귀찮아서 단호박에 양배추, 구운 계란 2개를 점심으로 먹었더니 오후 시간은 완전 넉다운이었다. 날씨도 갑자기 추워져서 마이크 잡이를 하며 함박눈을 맞는데 나도 모르게 인상을 팍 쓰고 있었다. 얼른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기사를 쓰고 허겁지겁 집에 들어오자마자 냉장고를 열었다. 두부계란찜을 하면 먹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란을 꺼내는데 마지막 남은 한 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울컥, 화라고 하기엔 이상한 분이 차올랐다. 내 신세가 서럽기도 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심호흡을 하고, 내가 먹을 걸 만들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두부를 으깨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다. 완벽하게 균형잡힌 식단이나 운동은 아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틀린 방법일 수도 있고, 부족하거나 무식한 방식일수도 있지만 그것도 하나씩 몸으로 깨우쳐 가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게 한 달 째 이어지고 있는 운동과 식단 루틴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어떤 길이든 멀리 가려면 이런 막막하고 어려운 구간을 지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금요일. 조금만 더 힘내보자.


식단

아침: 바나나+ 두유 + 계란

점심: 양배추 샐러드 + 단호박구이 + 계란 2알

저녁: 두부계란찜 + 메밀전병 4개 + 현미밥 1/2 공기


운동

복싱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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