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마라톤을 준비 중인 선배의 뽐뿌로 주말 아침 여의도 공원을 달리기로 했다. 한 바퀴를 돌면 10키로 정도 나온다고 해서 매번 5~8키로 사이로 뛰던 기록을 조금 늘려보고자 도전을 감행했다. 원래 함께 달리기로 했던 러닝 팟이 깨지면서, 역시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회사 후배와 함께 달려보기로 했다.
하필이면 눈이 내리는 아침일 줄이야. 종로에서 여의도로 넘어가는 도로에서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은 여의나루역에 도착하자 제법 굵은 눈송이가 되었다. 생각보다 날은 춥지 않았지만 눈 오는 하늘은 회색빛에 꾸리꾸리한 색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고, 8시가 조금 안 된 시간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의나루역에서 국회의사당까지는 2키로 조금 넘었던 것 같다. 문제는 코스가 막연히 여의도 섬을 따라 둥글게 나있을 것이라 믿었던 우리들이었다. 나는 선착장으로 길을 잘못 들어 막다른 길에 멈춰섰고, 후배 역시 한강공원 주차장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해 해메었다. 눈발은 더 굵어지는데 우여곡절 끝에 원래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마지막 1키로는 다리가 풀려 거의 절어가다 싶이 했다. 자꾸만 길을 잘못 들었고, 종아리에 펌핑이 오는데 주변에 사람도 없어서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직선이면 중간에 돌아왔을 것을 완성된 한 바퀴 원을 보고 싶은 마음에 꾸역꾸역 코스를 끝까지 돌았다. 다시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허벅지랑 허리가 땡겨서 죽는 줄 알았다.
사실 오늘의 빡센 유산소는 ‘치팅 데이’를 위함이었다.‘속인다’는 뜻의 ‘cheating’과 ‘day’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 날은 1~2주 동안 지켜왔던 다이어트 식단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식사를 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크림파스타가 너무 먹고 싶었고 남편은 피자가 땡긴다고 했다. 벼르고 별렀던 한 끼에 동묘에 몇 번 가봤던 분위기 좋은 파스타집에 1등으로 들어섰다.
치팅은 죄가 아니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꾸준히 지켜왔다면 그동안 부족했던 탄수화물 섭취를 보충해주고, 식단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 폭식을 예방해준다. 이 날 하루 충분히 먹고 그 에너지로 더 힘껏 근육 운동을 할 수 있다. 적당한 치팅으로 스스로를 다독여주면서, 그 다음 한 끼는 곧바로 클린식을 진행해준다.
치팅 역시 보통의 한 끼 식사일 뿐 스스로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면 역효과가 난다.죄의식을 가지고 그 다음 끼니를 계속해서 굶거나 무리한 유산소로 먹은 것을 모두 태워버리려고 하면 그 역시 균형을 무너뜨린다. . 그렇지만 너무 과한 치팅은 소화기관에 부담감을 주고 식단을 무너지게 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번 한 주 식단을 잘 지켜왔고, 체지방 감량도 순조롭다.오늘 맛있게 먹은 한 끼는 다음 주에 또 기운을 차려 운동과 식단 습관을 지켜나갈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 클린식으로 저녁도 챙겨 먹었다. 마음먹고 뛰었던 여의도는 생각보다 달릴 만 했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덕에 점심 치팅 역시 욕심 내지 않고 적당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