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 만한 파도 때문에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다. 벼르고 별렀던 라면이 먹고 싶어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몽롱한 남편을 깨워 38휴게소로 차를 끌고 갔다. 새벽 7시부터 문을 여는 휴게소 분식점 첫 손님은 우리였다. 떡라면과 김치라면을 주문하고 편의점 김밥도 한줄 사와 테이블에 앉았다. 두 달 만이다. 드디어 라면을 먹으러 왔다.
집에서 끓인 라면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라면과는 맛이 다르다. 불 세기 때문인지 탁 트인 바다고 보이는 전망 때문인지 이곳 라면은 어디서든 생각나는 그런 맛이다. 국물이 딱 맛있게 짜고 풀어진 계란과 파, 잘익은 떡이 어울어져 최고의 맛이 난다. 참치김밥은 생각보다 맛이 없었지만 정말 먹고 싶었던 라면 한그릇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점심은 주문진으로 넘어가 생선구이를 먹었다. 실비생선구이라는 유명한 곳이었는데, 속초 88생선구이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젓갈 3종류를 김에 싸먹는 건 마음에 들었다. 밥은 3분의 1 정도 먹었는데, 후식으로 테라로사 빵 투어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들뜬 마음에 흐린 하늘에도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사천해변에 있는 테라로사 까페. 강릉 본점은 차도 사람도 너무 많은데, 통나무집 컨셉의 이 분점은 한적한 편이다. 까눌레와 퀸 아망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좀 더 평이 좋은 퀸 아망 하나와 레몬치즈케익을 주문했다. 강릉 블렌드와 남미 커피 한잔을 시켰는데 예쁜 잠에 담겨져 나온 두 잔의 커피 모두 아주 맛있었다. 물론 빵은 말할 것도 없는 맛이었다.
버터의 향이 진하고 아삭한 식감의 설탕이 씹히는 퀸 아망이 정말 맛있었다. 레몬향이 감도는 치즈 케익은 조금 양이 많았지만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매일매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월화수목금 열심히 보낸 뒤에 토요일 한낮의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 남편과 마주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났다. 부른 배를 안고 아파트로 돌아와 한숨 낮잠을 잤다.
단잠을 실컷 잔 뒤에, 하나도 막히지 않는 토요일 저녁의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또 출근을 해야 하지만 에너지는 충분히 차올랐다. 너무 오랜만에 밀가루를 먹어서인지 더부룩해 저녁은 건너 뛰기로 했다. 오랜만에 파란불이 들어온 남산타워를 보면서 한 시간 산책을 했다. 바디프로필 준비인지 먹방 다이어린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