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살짝 정신이 이상해졌다. 눈앞이 환해지고 갑자기 신도 나고 혼잣말이 나왔다. 조금 미쳤던 것 같다. 수면 부족과 칼로리 부족의 시너지로 체중은 50.5를 찍었다. 이게 기쁜건지 어떤 건지. 사람이 사는 게 사는 건지 그런 심각한 생각을 하면서도 헛웃음이 나와서 허파에 바람이 든 것 같았다.
복싱장까지 갔는데 운동을 하기가 싫었다.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기를 몇 분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코치님이 왜 그러고 있냐고 물어봤다. 운동이 하기가 싫어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는 오셨네요. 어이없어 하셨다. 그럼 오늘은 더 열심히 해봅시다. 이상한 논리지만 어쩔수가 없다. 오늘도 스파링을 뛰었다.
나보다 몇 체급이나 높을까. 덩치가 큰 남자 회원과 링 위에 올랐다. 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았다. 눈앞에 나와 있는 상대방의 주먹에만 시선이 집중되었다. 팔을 붕붕 휘둘러봤지마나 슬쩍 피하니 내 몸만 돌아갔다.
“민지숙 회원님 링 위에서 그렇게 돌면 반칙이예요”
나도 안다. 등을 보이면 이미 끝난 건데. 몸이 말을 안 듣고 약이 오르니 주먹이 붕붕 날았다. 몸은 돌아가고, 팔을 뒤로 쳐서 때려보기도 하고. 그래도 들어간 주먹은 두 갠가 세 개 뿐이었다. 떨리는 다리는 공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풀려버렸다. 그래도 한 라운드 더. 3분을 더 버텼다.
2라운드 스파링에 정신이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출근을 했고, 오늘의 할 일을 했다. 기운은 없었지만 헬스장에 나가 상하체를 골고루 움직여주었다. 피티쌤은 지나가면서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 나흘 동안은 1일 1식 무탄 식단이 주어졌다. 샐러드는 배가 부를만큼 양껏 먹고, 단백질도 양껏 한덩이. 대신 나머지 두 끼는 먹지 않는다. 정확히 24시간 뒤에 똑같이 배부르게 샐러드와 단백질을 먹어준다. 지금도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근데 또 2주밖에 안 남았는데 눈 딱 감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