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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an 04. 2022

[두 교황] 관계의 자유

신년 계획의 궁극적인 목적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2021년 새해 목표는 ‘경제적 자유’였다. 여기에 올해는 한 가지 화두가 더해졌다. ‘밀도 있는 관계’를 가능한 많이 만드는 것이다. 다음 책모임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넷플릭스 영화를 통해서 그 생각을 좀 더 깊게 하게 됐다.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

 이 한 줄의 설명만으로는 이 영화가 진실한 관계, 우정에 대한 작품인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두 명의 사제가 교황 자리를 놓고 암투를 벌이는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다. 완전히 어긋난 예상에 뜻하지 않은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2시간짜리 영화는 처음에는 낯선 바티칸의 모습을 비추다가 오직 두 명의 교황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순수한 감정으로 연단될 수 있는지 놀라게 만든다.      


 경제적 자유는 결국 관계의 자유를 위해 필요하다. 나 홀로 굉장한 부를 누린다고 해서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부모, 형제, 남편에서부터 직장, 취미, 개인의 성취를 위한 그 어떤 활동의 접점에 있는 숱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부의 효용가치가 발휘된다. 그래서 올해는 절약이나 투자만큼이나 관계성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한 해를 보내고자 한다.     


 두 교황은 서로에게 정말 필요한 친구였다. 각각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대변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결국에 그 둘은 영혼의 조각을 나눠가진 듯했다. 더 이상 주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늙은 교황은 벼랑 끝에 섰던 사제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홀로 짊어지고 있던 가장 무거운 짐을 넘겨주면서 그는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원치 않는 관계에서 멀어질 수 있는 자유.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거리를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진실한 동반자를 만나는 것만큼 행복의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 전자가 불행을 피하는 방식으로 행복에 다가가게 해준다면 후자는 그 자체가 행복의 외연을 확장시켜 간다. 더 많이 더 자주, 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과 영혼의 부족함이 없음을 확인시켜준다. 


 하지만 두 교황의 우정은 서로가 온전히 홀로 선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독히 외롭고, 후회되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결과 길을 잃어버린 과거가 수십 년이었다. 나 자신이 그런 내면을 가지지 못했다면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마음과 생각의 공간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관계로부터의 온전한 자유를 느끼려면 먼저 나 혼자 가는 길을 충분히 걸어 봐야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목표로 짜여진 신년 계획의 궁극적인 목적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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