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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an 19. 2022

우리 모두 <자산 중심의 삶>을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서평

저자: 리사 앳킨스, 멀린다 쿠퍼, 마르티즌 코닝스

역자: 김현정

출판사: 사이

출판일: 2021.07.15


  오랜만에 도전이 되는 책이었다. ‘논문’의 형식에 이토록 ‘현실’의 이야기를 담은 글은 오랜만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현실을 ‘자산 경제’라는 틀로 설명한 학자들이 있다니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오늘날의 불평등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근로소득, 자본소득으로 퉁쳐서 이야기하는 게 아닌 ‘주택’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자산을 콕 집어 이야기한다.    

  

 입사 첫 해에 현타를 느꼈던 순간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선배들 대부분이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부장급 어르신들이 아닌 내 또래 주니어 선배들 중에서도 대다수라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나이에 용돈 벌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을 따로 가지고 있거나, 아직 살아계신 부모님의 자산을 증여받는 식이었다.      


 근로소득이 전부인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의 미래는 이미 결정된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인 줄만 알았던 자산 소유자들이 당장 내 눈앞에 이렇게나 많다니. 절망적인 마음에 괜히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위기감 덕분에 훨씬 공격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산을 확보하는 데 열심히 되었고 동기들보다 자산 공부도 더 일찍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회사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 세대 중에서도 적지 않은 비율의 사람들이 ‘자산 경제’의 수혜를 받고 있다. 단순히 부모에게 물려받는 유산이 아니라, 자산 경제의 힘을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일찌감치 해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 모두가 재벌은 아니다. 최상위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전반을 아우르는 계급 전체가 ‘자산 중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불평등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고용 관계가 아니라 임금과 인플레이션보다 가치 상승 속도가 빠른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과 박원장>이라는 웹툰이 있다. 18년 차 현직 의사였던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의사들의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20대와 30대의 시간을 갈아 넣어 온갖 스트레스와 수모를 겪으며 전문의가 되고 개원까지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온갖 영업과 꼼수를 쓰지 않으면 수십 억 빚을 내 올린 건물은 살아있는 감옥이 되고, 지방 의사로 입에 풀칠을 하려면 주 7일 24시간 야간 당직을 서면서 자신의 몸을 갈아 넣어야 한다.       

“교육에 투자하고도 수익을 얻기 못하는 이 같은 현상을 <인적 자본에 대한 형벌>이라고 칭했다. ”     


  우리는 아직도 의사와 판검사 같은 전문직을 꿈꾼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CEO를 목표로 삼는다. 스스로의 몸값을 키우면 언젠가 보상받으리라 생각하며 많은 공부와 경험을 쌓아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뒤덮는 부동산 가격논리에 대해서는 나와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눈을 감기 쉽다. 가격이 너무 높아지는 때도 그렇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는 때도 그렇다. 우리 모두 수 천만 원 에서 수 억 원짜리 ‘자산’에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부동산 가격논리가 삶의 방식 자체를 바꿔버릴 정도로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도 아직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고용 중심 모델에 얽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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