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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Feb 06. 2022

어떤 무리를 이끌 것인가, 무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서평

 어떤 무리를 이끌 것인가, 무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목표가 아닌 비전에 눈을 돌릴 때가 된 것 같다. 언제까지 얼마를 만든다. 언제까지 몇 권을 읽는다. 조각조각 나있는 목표들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엮어야 할 때가 됐다. 우리가 모두 늑대고, 나 자신이 늑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무리가 함께 달려갈 밀림과 초원이라는 무대와 풍경이 필요하다. 무대를 먼저 그려보자.


 “리더십은 소수의 특권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리더는 세상이 당신에게 부여하는 타이틀이 아니라 당신이 세상에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 이태원의 한 케이터링 공간에서 열린 ‘타코데이’에 함께했다. 중국 사천에서 요리를 배워 점포 2개를 운영한다는 내 또래 대표를 만났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요리를 배워볼 계획이었지만, 혼자 떠나기로 했다. 세무적인 문제로 운영하던 사업체에 4억원의 세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그런 속사정을 알기 전까지 그 여성 대표의 얼굴에서 그늘을 찾기 어려웠다. 얼마나 강인한 멘탈을 가지고 있을까. 가족 뿐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하는 직원들을 책임진다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전쟁을 이겨냈을까. 막연히 나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만 가지고 동동대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전 세계 곳곳에 나의 공간을 가지고 여행하듯 살겠다는 나의 비전은 이뤄질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지식, 경제, 사회, 문화, 신체 자본을 총동원해서 그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진심으로 그 비전을 실현하고 싶다면 나 혼자만의 의지와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니, 나 혼자만의 책임감으로는 부족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는 나의 비전에 동참하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늑대 홀로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늑대 무리 전체가 자유롭게 세력을 뻗어나갈 수 있는 광활한 대지를 점령하고 우리의 아지트 삼아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일 수도 있다. 자유로운 예술가 집단일 수도 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식당일 수도 있다. 내가 만든 상품이 온오프라인 마켓으로 전 세계로 팔려나갈 수도 있다. 그런 물건과 서비스와 지향점,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나답다’고 생각하고 선택할 팬들이 적어도 천 명은 필요하다. 자신이 있고자 하는 공간에 원하는 시간만큼 머물 수 있는 자유. 무제한적인 자유 같기도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자원을 창의적으로 재배치하고, 작지만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해내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나와 같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단 2022년 한 해에는 브런치 구독자 1천명을 목표로 한다. 나의 목표와 가치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다른 늑대들을 불러모아 함께 달리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숫자다. 나 자신이 늑대가 되어 무리를 이끌고자 했으니. 실제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하루하루를 살아내 보려고 한다. 이제 1월달이 지났다. 4개의 새로운 모임을 시작했고, 생각지도 못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함께 해줄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크게 계획하고 움직이게 만든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서, 함께 가는 길을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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