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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Feb 14. 2022

과거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내가 진짜다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서평

저자 벤저민 하디|역자 김미정|비즈니스북스 |2021.07.06

원제Personality Isn't Permanent

페이지 328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까지 지난 4일 동안 내게 겪은 큰 변화가 있다. 그 일에 온 정신을 쏟고 있으면서 반쯤만 열린 정신으로 책을 끝까지 읽었다. 목적이 이끄는 삶, 강력한 열망이 이끄는 삶에는 ‘본성’, ‘타고난 성격’은 힘을 잃는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선명하고 간절한 만큼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일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해내게 된다. 지금까지 찾아오지 않은 변화라면 그 변화에 대한 열망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나흘 전 새벽 둘째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 며칠 전 내가 잠금장치를 풀었던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잠금장치를 다시 채우는 것을 잊은 것은 나다. 그리고 며칠 동안 고양이가 싫어하는 공사 소음이 밤낮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은 고양이가 집안 한구석에 내내 숨어 있었다. 한 번도 집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고양이는 그날 새벽 열린 문 사이로 뛰어내렸다.      


 가슴 한가운데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밖은 아직도 공사 중이고, 주택가 골목골목을 오가는 오토바이 소음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 있을까. 누가 봤을까. 차에 치이진 않았을까. 넋을 놓고 찾아다니길 몇 시간 만에 고양이 탐정에게 연락을 했다. 동물구조사이트마다 고양이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을 몇 장 골라 전단지도 만들었다. 어디에 있을까. 어디로 숨은 걸까. 지금 당장 안전하긴 한 걸까. 생각이 가득 차서 또다시 숨이 막혔다.   

   

 멀리 가지는 않았을 거다. 탐정의 말에 따라 인근을 뒤지기 시작했다. 평소에 마주칠 일도 없던 이웃의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어지러진 창고를, 지붕 위를 볼 수 없는지 양해를 구했다. 쓰레기 더미, 하수구, 담벼락, 주차장 가리지 않고 둘째가 좋아하는 장난감 소리를 부르며 이름을 불렀다. 어디에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새벽까지 이틀을 찾아다녔지만 둘째를 닮은 다른 고양이만 눈에 띄었다. 제보 전화가 와서 뛰어 내려가면 그 고양이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순간이 연이어 찾아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나쁜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겁이 많아 집에서도 안 보이는 곳에 꽁꽁 숨었던 만큼, 집안과 창고를 계속해서 찾았다. 덤덤한 척 옷 정리를 하다가, 바깥에서 바스락 소리만 나도 피가 멈추는 것 같았다. 구청 관제센터를 찾아 9시간짜리 cctv 영상을 봤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옥상 구멍에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구멍 입구에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다행히 탐정의 조언대로 입구에 뿌려둔 밀가루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고양이는 그 안에 있었다. 작은 구멍 근처에 노란색 털도 묻어 있었다. 우리 집 옥상을 오가는 길고양이는 삼색이와 검은 고양이 뿐이다. 위치를 알았으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홈캠을 연결해두고 밤새 고양이가 포획틀 안의 먹이를 먹는지 살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면서 아직까지 고양이가 잡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성격의 가변성을 이야기한다. 성격 검사에 의지하는 게으름을 직시하라고 한다. 타고난 본성보다 유연함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자신의 본모습을 찾으려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봐야 한다고 가리킨다. 진정성은 지금 이 순간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내가 되고 싶은 자아에 일치해야 의미가 있다. 장애가 되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트라우마로 인한 제약이다. 자신을 한정짓고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내 것이 아니라며 포기하게 만든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순간은 나의 트라우마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고양이를 찾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감당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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