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청년들의 '자전거 도로'
2주 전 '자전거에서 넘어질 자유'란 글을 통해 청년들의 경제, 사회적 자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글은 현재 내 브런치 중 유일하게 공유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체감하고 공감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자유 대신 '의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오늘날 청년들은 '넘어질 자유'까지도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해야 한다. 그들에겐 자전거로 달릴 자유도 충분치 않지만, 이미 지동차를 구입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훨씬 많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다는 사람들에게 자전거 도로를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자동차를 끄는 사람들이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일에 신경쓰게 만들기 위해서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심사숙고해서 자전거 도로를 깔아 줄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 그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하더라도 청년들의 몫은 쉽게 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청년들은 자신들의 자전거 도로를 위해 힘쓰고 있을까?
SNS상의 총선 관심도는 4년 전인 19대 총선보다 낮았다. 설 연휴 기간 SNS에서 '총선' 혹은 '선거'를 언급한 게시물은 총 4만 6,253건이었다. 2012년 4.11 총선 전 같은 시기 유통량인 7만 4,628건에 비해 37% 적은 수치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통상 언급량은 관심도에 비례한다"며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20대 총선에서 20~40대의 투표율이 19대 총선 투표율인 42.1%, 45.5%, 52.6%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4.13 총선 두달 앞... 경제 이슈가 30위 안에 16건 '압도적' 2016년 2월 11일자 <한국일보> 김지은 기자
'자전거 전용 도로'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한 세대가 그것을 위한 노력은 더 게을리 하고 있다. 설 연휴 친척들의 질문 공세에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여러 번 자세하게 다뤄진다. 하지만 청년들은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기 이전에 자신의 몫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는 주체이다. 우리 나라 총선에 앞서 치뤄지고 있는 미국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2040 청년들이 발벗고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자전거 도로'를 지키고 새로 지을만한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아웃사이더'였던 샌더스와 트럼프는 청년들의 지지 덕분에 주류 정치인을 이길 수 있었다. 미국의 젊은 층은 '정치 혁명'을 원했고, 이제 막 그들의 손으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사느냐, 아니면 죽느냐
(Live Free or Die)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주의 모든 자동차 표지판에 새겨진 문구이다. 주민들은 9일 일제히 투표장으로 뛰어나와 미국 정치를 심판했다. (...) 전날 내린 폭설과 추위에도 불구, 직장 출근 전 투표장을 찾은 20~30대 젊은 층이 몰리면서 투표율이 치솟았다.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젊은층일수록 샌더스나 트럼프를 찍었다고 공개했다.
<추위 녹인 '아웃사이더의 반란' 열기... 투표 참여 4년 전보다 20% 많아>
*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현장 가보니
"정치 혁명 필요" 민주, 공화 입 모아
* 유권자들 기존 정치권에 '옐로카드'
- 2016년 2월 11일자 <한국일보> 조철환 특파원
총선이 다가오는 와중에도 여전히 잠잠한 우리들의 온라인 소통 창구와 미국의 선거 판세 변화를 다룬 두 기사를 나란히 읽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일주일에 가까운 설 연휴가 훌쩍 지나가고, 몸과 마음은 충분히 휴식을 취했지만 그동안 나의 '자전거 도로'를 위한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마침 비영리탐사보도 채널 <뉴스타파> 설 특집으로 제작한 프로그램 '정치 잠금해제, 솔직 당당(黨黨)'이 눈에 들어왔다.
선거를 앞둔 원내 4당의 정치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작은 국회'를 보고 있는 둣한 느낌이었다. 최승호 앵커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에는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김경록 국민의당 전 공보단장,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참여했다. 각 당을 대표해서 자리한 정치인들은 사안에 따라 자신의 옳음과 함께 상대 논리의 허술함을 주장했다.
100분간의 토론은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4명의 토론자 모두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듣고, 반박할 여유를 가졌다. 논쟁이 가열되고 부분적으로 합의에 이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 자신이 정치적 쟁점에 대해 얼마나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왔는지 그리고 그것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20대 총선 이슈 3가지가 제시되었다.
1. 네 탓 공정 '누리과정 예산'
2. 청년배당금(성남시와 서울시)
3. 다시 또 '경제민주화'
각 사안에 대한 집권여당, 거대야당, 소대정당의 입장은 제각기 달랐다. 공중파 방송이 아닌 자리인만큼 터놓고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논쟁이 격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평행선을 달릴 것 같던 토론 역시 타협의 가능성이 존재했다. 사실 관계부터 명확히 따지고, '공존'의 큰 목표를 향해갈 때 그 가능성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서로의 책임과 잘잘못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만 있으면, 그 다음 결정에 대한 입장 조율은 충분히 가능했다.
이는 각자 합리적 근거에 따라 자기 주장을 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4사람 말은 핑퐁 게임을 하듯 사실과 사실, 논리와 논리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만약 이들이 상대방이 모르고 있는 근거들을 억지로 끌어오거나, 자기 주장의 완결성만을 내세웠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강한 자존심을 가지되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유익한 토론이었다.
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함이다. 교만하지 않아야 하지만, 강한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 <대통령의 글쓰기>
이 가운데 청년들을 위한 '자전거 도로'에 관심을 갖는 정당은 어느 곳일까. 나의 지역구엔 어떤 후보자가 나와 '도로'에 대해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있을까. 그리고 그의 지난 정치적 행보는 어땠는가. 지금 그가 하는 말을 신뢰할 수 있을만큼 진실했는가. 주요 정치 사안에 대한 그의 입장은 합리적근거를 갖추고 있는가. 그것은 충분히 검증된 것인가. 그와 다른 입장을 가진 후보자의 주장에는 귀담아 들을 내용이 뭐가 있을까.
정치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달리 경제적, 사회적 자유를 획득할 기회가 없는 청년들에겐 더더욱 그러하다. 청년들이 나서 자신들을 위한 '자전거 도로'를 분명히 요구하지 않으면, 알아서 그 요청을 들어줄 '그들'은 없다. 우리는 각자 '나의 정치'를 위해 애써야 한다. 선거과 각종 시사 이슈에 눈과 귀를 열어 두고 꾸준히 '나의 정치'를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우리들을 위한 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몇몇 젊은층이 지지하는 '아웃사이더'였던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우리는 '정치적 혁명'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입장에 대해서만큼은 합리적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 두어야 한다.
자신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자기 의견을 갖는 것만큼 지성과 판단력 개발에 도움이 되고 따라서 인류의 지성과 판단력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또 있을까? 지성을 단련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를 꼽으라면 단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근거를 학습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각자 무엇을 믿든지 간에, 그것이 자신이 반드시 정확하게 알지 않으면 안되는 주제라면, 적어도 상식적 수준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서는 제대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 J. S. Mill <자유론> 75페이지
만일 사람이 세상 또는 주변 환경이 정해주는 대로 살아간다면, 원숭이의 흉내 내는 능력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선택하는 사람만이 본인의 타고난 모든 능력을 사용하게 된다. 관찰하기 위해서 눈을 써야 하고, 앞날을 예측하기 위해 이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는 게 필요한 자료를 모아야 하며, 결론을 내리기 위해 이런저런 차이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결정을 하고 나면, 자신의 신중한 선택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확고한 의지와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각자 행동을 스스로의 판단과 감정에 따라 결정하는 것과 정확히 비례해서 커진다.
-J. S. Mill <자유론> 11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