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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Feb 17. 2016

교황의 사생활은 공개되었다.

2400 자정의 뉴스 #2


* The secret letters of Pope John Paul II

@ 교황 바오로 2세

교황에게 한 여인이 있었다. 영국 BBC 뉴스 채널이 요한 바오로 2세가 생전 한 여인과 주고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30여 년간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에는 '각별한 우정'이라 이름이 붙었다. BBC는 단신뿐만 아니라 '파노라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교황의 사생활 보여주기' 집중 기획했다.


 한 종교의 최고 권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그의 선함과 올바름을 본받고자 하는 인구가 자그만치 12억이 넘는다. 그런 인물이 유부녀인 한 여성과 캠핑을 하고 스키를 타러 다닌 사진들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이런 것까지 공개해야 했을까', '언론에 물고 뜯겨 싸구려 연애 소설이 쓰이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 30여년간 편지를 주고 받았던 두 사람


 하지만 대중이 신뢰와 애정을 느끼기 위해선 그 사람에 대한 '서사'가 충분히 알려질 필요가 있다. 전세계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면, 그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서사'가 그를 대표하는 것인가이다. 서사의 내용이 진실되고 많은 이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이 어떤 '인간적 흠결'으로 비난받을 수 있을지언정 결과적으로 더 큰 신뢰와 애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세월호 특조위 2월 임시국회 특검 요구키로


* 세월호 진상조사를 정부는 정말 원하나


세월호 특조위(진상규명특별조사위원회)에겐 단 하나의 카드만 남았다. 참사 당시 구조, 구난 작업을 지휘한 해양경찰청 고위 간부들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국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특조위의 카드는 본래 여럿이었다. 하지만 진상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활동기간 종료 일자가 다가오고, 여당 의원 5명의 특조위 사퇴와 청문회 불참, 지원인력 예산의 삭감으로 특검 카드만 남은 셈이다.


@ 마지막 남은 특검 카드를 준비하는 세월호 특조위

 특조위는 특검을 성사시키기 위해  '박근혜대통령 행적'과 같이 정치적 논란이 큰 쟁점을 최대한 배제했다. 하지만 이마저 여당의 견제가 예상돼 특검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여당 인사들이 특조위 활동에 불성실하고도 당당할 수 있었던 감히 '대통령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일엔 동참할 수 없다는 게 명분이었다. 대통령이 그 7시간 동안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사적인 일을 하고 있었단 이야기일까. 사람들은 더이상 의문을 품을길도, 이해할 길도 막혀버렸다.


서사의 공유는 신뢰와 소통의 바탕이다. 서로가 함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대화와 논의의 가능성이 열린다. 더욱이 국가 권력의 수장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곧 국정 운영의 추진력이 되고, 정책 방향 설정에 정확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제권을 비롯한 권력의 최상층에 자리한 대통령이 '비이성적인', '위헌적인' 물음에도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야 사회 전체가 그 다음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다. 대통령의 서사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 코난 오브라이언, 세월호 희생자 애도


@ 미국 TBS 토크쇼 진행자가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희생자에 관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갔다.


다양한 이해 집단이 모여 있는 공동체일수록 '서사의 공유'는 중요하다. 모두가 잘 알고,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이야기가 중심이 될 때 소통과 타협의 작은 가능성이 열린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사건은 우리나라 전국민, 나아가 세계인이 공유하는 단 하나의 서사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이다.


 독일의 '아우슈비츠', 일본의 '원전과 쓰나미'와 같이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하나로 끌어모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교류하는, 또한 각 주체들로 하여금 경제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회적 가치관을 고민하게 만드는 '고통의 역사에 대한 통일된 서사' 말이다.


 21세기에 세월호 사건이 지닌 서사적 가치는 우리 한국인보다 외부인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 코난 오브라이언 기사에 달린 한 네티즌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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